[Save Earth Save Us] 한국 “선진국·개도국 중간 수준 CO2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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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미래’ 포럼에서 이만의 환경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과 가모시타 이치로 일본 환경성 장관(셋째)이 협력 방안을 밝히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제공]

한국 정부가 2013년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京都)의정서’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중간 수준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삭감 목표를 1990년 대비 5%로 설정한 ‘교토의정서’에서는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아 참가하지 않았다. 교토의정서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실행된다. 그러나 ‘포스트 교토의정서’에는 중국·인도 등과 함께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국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의 실행 기준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주최한 ‘아시아의 미래’ 국제포럼에서 “포스트 교토의정서 실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지만 선진국 수준의 수치 목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대책 이행에도 국가별로 경제·기술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한국으로선 의무 부과 및 이행에 유연성과 과도기가 필요하다”며 “이산화탄소 삭감 목표를 설정해 실행하겠지만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지만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산업 간, 지역 간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온난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경제 규모(GDP) 1%의 비용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늦어진다면 그 비용이 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 장관 이외에 가모시타 이치로(鴨下一郞) 일본 환경성 장관, 라흐마트 위토라르 인도네시아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해 ‘아시아와 세계의 환경 문제’라는 주제로 포스트 교토의정서 참가 방안에 대해 집중 토론을 벌였다.

선진국 입장에서 토론에 나선 가모시타 장관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제하는 능력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 범위를 결정하는 ‘탄소 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며 “일본은 솔선수범해 지구온난화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환경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하루빨리 가르쳐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환경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100억 달러(약 10조원)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했다. 그 밖에 국내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도와 환경세를 이른 시일 내에 도입하고,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산업별 삭감 목표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도네시아 라흐마트 장관은 “농민에게 보조금을 제공해 대기 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화전 농업을 줄이고, 바이오 연료 생산 영역에서도 식량과 관련 없는 식물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온난화 대책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바이오 연료 수요가 급증하자 원시림을 태워 농사를 짓는 화전 농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그는 또 “선진국의 환경 기술과 자금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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