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13) 서울 중랑갑 민주당 김봉섭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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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체육인 출신의 국회의원이 돼 체육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습니다. 학계·언론계·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정계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정통 체육계 출신 인사는 드물었던 게 사실입니다.”

서울 중랑갑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김봉섭(55) 후보는 “체육인으로서 원칙과 룰을 중시하는 스포츠 정신을 정치권에 접목시켜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포츠의 기본은 바로 페어플레이 정신입니다. 선수들 모두 공정한 룰에 따라 게임에 임하죠. 지금까지 정치판에 이런 기본이 안 돼 있었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긴 겁니다. 각 정당들이 페어플레이만 해도 정치판에서 대립과 갈등, 분열과 배신을 몰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김 후보는,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후보(열린우리당; 경남 마산 합포), ‘빠떼루 아저씨’로 통하는 레슬링 해설가 김영준 후보(한나라당; 고양 일산구을)와 더불어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들 인사들의 원내 진출에 체육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의 김운용 전 민주당 의원이 각종 비리혐의로 구속돼 체육계를 대변하는 정치권의 ‘입’이 사라진 마당에 체육계가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어느 분야나 고이면 썩게 마련입니다. 체육계도 예외가 아니죠. 다만 그동안 공정한 게임을 주창하셨던 분이 그런 일을 하셨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분도 기본적으로 정치인이지 체육인은 아니었잖습니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살아 온 체육인들은 비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가 출마하는 서울 중랑갑은 3선인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의 텃밭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 이 의원이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돼 수감된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김 후보가 이곳 중랑갑을 택한 것은 ‘영원한 태릉인’으로 자처하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그는 지난 99년 태릉선수촌장을 맡으면서 이 지역과 인연을 맺었다. 그를 아는 체육인들이 태릉 부근에 많이 사는 것도 그가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의 하나.

“태릉선수촌과의 인연으로 중랑갑에서 나오지만 지역 기반이 약한 게 사실입니다. 처음엔 초선의원이 제 목소리를 내려면 강적과 겨뤄야 한다는 생각에 민주당을 배신하고 열린우리당으로 간 신기남·천정배 의원 등의 지역구를 놓고 고민했어요. 결국 조금이라도 연고가 있는 곳이 나을 것 같아 이상수 의원의 지역구를 골랐죠.”

▶김봉섭 후보는 이제 국민들 곁에서 하는 ‘생활정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등원하면 국회의사당이나 회의석상 같은 책상머리에서 말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발로 뛰면서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읽고, 이를 실현하는 ‘생활정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60~70년대에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했다. 은퇴 후엔 국가대표 배드민턴팀 코치를 맡아 1981년 한국 배드민턴의 세계 제패를 이끌었다. ‘전국배드민턴연합회장’으로 있던 10여 년 동안 전국의 약수터를 돌면서 배드민턴을 보급하기도 했다. 그는 ‘생활체육’이란 단어가 낯설던 시절 배드민턴을 생활체육으로 만들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KBS스포츠해설자협회 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맡아 ‘체육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등원하면 체육계의 중요 현안들을 챙기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김 후보는 “생활체육이 활성화돼야 엘리트 체육도 제대로 된다”고 주장했다.

“체육계 개혁부터 해야 합니다. 이원화돼 있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생활체육이 기반이 된 엘리트 체육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를 통합해 생활체육을 담당하게 하고, 대한올림픽위원회는 국가대표선수만을 맡는 것도 한 방안이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학교체육입니다. 학교체육은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운동부는 문화관광부로 소관부처가 이원화돼 있는데, 이를 통합해야 돼요. 이와 함께 학교운동부는 점차 클럽팀으로 전환해 전인교육이란 교육의 목표에 충실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 후보는 정치는 신인이지만 기존 정치인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정치개혁이 화두인 시대에 페어 플레이 정신이야말로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5일제 시행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체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체육 분야에서도 전문성과 풍부한 현장 경험이 요구되고 있어요. 그동안 현장과 학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제 그 노하우를 체육과 관련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써 보고 싶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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