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 왕자·공주님 잘 모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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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왕자, 쿠웨이트 공주 자매 등 왕족과 대통령·각료·기업인 등 아랍 국가의 유력 인사 200여 명이 한꺼번에 서울에 온다.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설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아랍 소사이어티는 한국과 아랍 22개국 간의 체계적인 경제·문화 교류와 협력을 위해 결성한 재단법인으로 6월 말 정식 발족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제외한 중동·걸프·북아프리카 지역 국가가 대부분 참가한다. 아랍권 국가들과 이 같은 형태의 협력기구를 만든 나라는 세계에서 프랑스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이번 회의는 국내에서 열리는 아랍 지역 국가들과의 교류 행사로는 최대 규모다. 초청 인사 중엔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과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 우야히야 알제리 대통령 특사가 포함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손님은 요르단의 미레드 알 후세인 왕자와 쿠웨이트의 후사 알 사바 공주, 아말 알 사바 공주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랍권 가운데 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걸프 지역 국가들의 경우 왕실을 통해야만 일이 수월하게 풀린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미레드 왕자는 원자력 발전소 도입과 관련한 국제 입찰 문제를 논의하는 특별 임무를 띠고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요르단의 원자력 위원장을 대동하고 한승수 총리와 박종구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만난 뒤 고리 원자력 발전소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미레드 왕자는 또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 컨벤션) 당사국 총회 의장으로 국제적인 지뢰 제거 활동에 관심이 많다. 그는 방한 기간 중 비무장지대를 방문해 지뢰 제거 작업 현장을 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자매간인 쿠웨이트의 후사 공주와 아말 공주는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국립박물관을 방문하고 문화 교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언니인 후사 공주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접견 기회를 마련하는 등 예우에 신경 쓰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여태까지 아랍국과의 교류는 석유 수입, 건설사업 진출 등 경제적 필요에 따라 기능별로 이뤄져 왔으나 체계적인 인적 교류나 문화 교류는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소사이어티 창설을 계기로 아랍권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면 자원·에너지 외교도 저절로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랍권 인사들의 방문을 앞두고 이슬람식 ‘할랄 요리’(이슬람 성직자의 축복 후 도살된 고기를 전용 식기와 요리 기구로 만든 음식)를 준비하는 등 손님 접대에 바쁜 표정이다. 행사를 준비 중인 정부 관계자는 “만찬장에서 제공할 한식 요리에도 이슬람권에서 금기인 돼지고기나 오징어 등 비늘 없는 해산물이 딸려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한·아랍 소사이어티=한국 정부와 아랍 각국의 왕실 및 정부, 기업들이 낸 기금으로 만든 민관합동 재단법인. 한국 측에선 외교통상부 장관과 외교부가 지명하는 관련 단체·기업들이 이사를 맡는다. 초대 이사장으로는 이희범 무역협회장이 내정됐다. 오래전부터 논의돼 오다 1년 전 본격적인 창설 준비에 들어갔다. 당초 ‘한·중동 소사이어티’란 이름을 고려했으나 이스라엘을 의식한 아랍 국가들의 희망에 따라 ‘한·아랍 소사이어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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