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투자전문가 앤드루 애쉬턴의 ‘한국금융사에게 던지는 충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앤드루 애쉬턴(사진) 사장은 영국인이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채 안 됐다. 그런데 말하는 걸 들어보면 영락없는 한국 자산운용사 사장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이후의 업계 전망을 줄줄 꿴다. 미국 4대 자산운용사의 하나인 프랭클린템플턴은 특이한 회사다. 한국이 외환위기로 몸살을 앓은 1997년 합작 형태로 국내에 들어왔다.

최근 국내 금융사도 경쟁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인도인들에게 주식·채권형 펀드 5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성투신운용은 지난달 홍콩에서 자산운용·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았다. 은행·증권사도 해외 진출에 열심이다.

애쉬턴 사장은 “외국에 진출하려는 금융사는 현지 시장에 감사하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고수익을 노려 전투적으로 사업을 벌이기보다 서서히 지역경제에 융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애쉬턴 사장은 “우리 회사의 상품 홍보는 자제하고 실질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몇 푼 더 벌겠다고 속 들여다보이는 짓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는 “금융사가 외국에 나갈 땐 인내와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예로 들었다. “외환위기 때 일부 외국 자본처럼 단기 차익만 노렸거나 아예 짐 싸들고 시장을 떠났다면 지금 성공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어느 나라 시장이든 등락은 있게 마련”이라며 “남들이 그 시장을 버릴 때가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애쉬턴 사장은 “생각은 세계적으로 하되, 행동은 지역특성에 맞추라(Think Global, Act Local)”고 조언했다. 그는 “본사와 멀리 떨어진 외국에 진출하는 인력은 모기업의 철학을 철저히 이해하고 가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대신 “일단 도착한 뒤에는 가져간 사업모델을 현지의 시장환경과 규제에 맞춰 재조정하라”는 얘기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