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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색문화공간>24.끝.페루리마 미라플로레스 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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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페루의 수도 리마 교외의 미 라플로레스 지역은 70년대 서울의 강남지역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개발붐이 한창인 신시가지다.
태평양 연안의 빼어난 풍광을 갖춘 이 지역에 10여년전부터 페루의 부유층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고급주택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페루문화의 중심지도 자연히 이곳으로 옮겨졌다.
미라플로레스 한복판에 자리잡은 중앙공원.현지발음으로 「파르케센트럴」이라 불리는 이 공원은 주말이면 노천미술관으로 변한다.
시청과 대성당쪽 100여의 인도는 정오를 넘기면서 페루의 화가들이 갖고 나온 그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취재진이 이곳을 찾았을 때도 100여명의 화가들이 줄잡아 500여점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주말을 맞아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은 가족.연인끼리 손을 잡고 이 길을 산책하면서 그림을 감상한다.남미인 특유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지는 곳이다.
시민들과 화가 사이에 흥정이 이뤄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있다.때문에 목좋은 곳을 차지하려는 화가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진다.
대형 화폭에 그린 역작들을 갖고 나온 화가들의 틈에 섞여 시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들도 눈에 띈다.겉모습만 보면 「페루의 몽마르트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그러나 이곳이 실제로 페루의 화단을 이끌어 나가는 「페루미술의 요람」이 라는 점에서단지 이국적인 풍물쯤으로 치부되는 몽마르트르 언덕이나 다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외공원 전시장들과 큰 차이가 난다.
『페루의 미술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그림값에 비해 전시관의 임대료가 너무 비싸 웬만한 직업화가들은 화랑전시를 꿈도 못꾸지요.대신 의사나 사업가등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취미삼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 으로 쓰이지요.때문에 정규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화가를 꿈꾸는 사람들은대부분 이 공원을 거치게 마련입니다.』 리마에서 발행되는 미술전문지 페루예술의 하이메 구이옌 기자의 설명이다.그는 『페루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첼상등 각종 공모전 수상자들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리마시청의 콩쿠르에서 1등상을 받은 라미르 요나나 프 랑스화단에 진출한 겐타니아등도 오랜기간 중앙공원에서 거리의 화가로 생계를 이어나갔다는 것.
페루의 화가들은 가난하다.혼신의 정열을 쏟아부은 미술작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그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 수준에 그치는 경제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화가들이 자신의 화풍을 포기하고 시민들의 시선을 쉽게 끌고 구매충동을 자극하는 그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페루미술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물화를 주로 그리는데 오늘 세점을 갖고 나왔어요.물론 학교 다닐때 주로 그리던 경향과는 차이가 있지요.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에 그림 한장을 완성하는 시간도 계속 짧아지고 있어요.
』 6년제인 베야스 미술학교를 졸업한 로페스(37)는 『그림을갖고나와 평균 1주일 정도를 기다리면 팔리는데 120솔(4만8,000원)정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이옌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중앙공원의 노천화랑은 미라플로레스에 주택가가 생겨날 무렵인 77년부터 시작됐다.이곳으로 이주해온 시민들의 집안단장을 위해 미술작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중앙공원에 미술품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 다.
페루의 「배고픈 화가」들도 하나 둘 이 공원으로 몰려들면서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상설 전시장이 됐다.
공원 한모퉁이에 자리잡은 원형강당에서는 주말마다 해질 무렵부터 「페냐」라 불리는 민속음악 공연이 벌어진다.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미술품 감상.음악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심속의휴식처 중앙공원에 대해 리마 시민들은 높은 자부 심을 간직하고있었다. 페루에 가기 위해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탄다.리마 국제공항에서 16㎞ 떨어진 미라플로레스까지는 시내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때문에 공항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요금 20솔=8,000원 정도).미라플로레스 중앙공원은 지구청사와 대성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시내버스의 대부분 노선이 이곳을 지나간다.중앙공원에서 걸어서 10분정도 내려가면 해수욕 장에 이른다.이 해변에는 유명한 아모르 광장이 있고 아모르광장 앞 다리위에서는 번지점프를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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