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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알려주는 '시험 잘 보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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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사들은 자신의 자녀 뿐 만 아니라 맡고 있는 반 아이들에게도 시험을 잘 보란 말을 하지 않는다. 시험을 잘 봐야하는 이유가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모나 담임을 위한 것이라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이미 부정적 개념으로 인식되어 있는 시험을 다시금 부각 시켜주는 것은 성취 의욕을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학교 시험은 아이의 학습 능력 및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수치적 잣대이며 학교 사회에서의 적응도와 재능을 가시화해주는 척도이기 때문에 아이의 학교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부모들이 자녀가 시험을 잘 보도록 이끄는 방법은 무엇일까?

1. 한 발 느린 부모가 되라.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충분히 노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시험과 성적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열린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때는 정제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 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놀이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학습 기반을 바탕으로 중학교 때부터 지식 중심의 체계적인 학습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때 부모에게는 ‘한 발 느리게 따라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학교 첫 시험에서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중학교 첫 시험에 모든 정성과 관심을 다하곤 하는데 그 보다는 아이 스스로 시험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시험이 끝나면 스스로 공부하여 잘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험 결과에 크게 의미를 두지 말아야한다. 단지 첫 시험의 결과는 스스로 공부해 나아갈 방향을 잡고 앞으로의 학습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으로 활용하면 된다. 한 발 느린 부모가 됨으로서 다소 불안할 수도 있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 아이 스스로 부모를 위한 공부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도전으로써의 공부를 인식하게 해줄 수 있다.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고 핀잔을 주거나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 시험은 다음을 위한 도약대일 뿐이다. 언제나 다음 기회가 있음을 열어두고 이번 시험에서 부족함 점과 앞으로 발전해 나갈 점을 찾고 앞으로 공부해야할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또 다시 부모가 아이보다 한 발 느리게 따라가는 것이다.

2. 시험 결과의 원인이 노력과 공부하는 방법에 있음을 알려 주어라.

시험을 망친 후 아이들은 대게 이렇게 말한다.
"시험이 어려웠어. 다른 아이들도 다 못 봤어."
"배우지 않은 곳에서 많이 나왔어."

아이가 점수를 숨기거나 변명부터 늘어놓는다면 아이들의 마음에는 이미 부모에게 혼날 상황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아이의 말에 동의를 하는 말을 하거나 핀잔을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되고 시험 결과의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아이가 실패의 이유를 통제 불가능하고 고정적인 자신의 능력이나 운, 혹은 시험난이도와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평소 지속적인 노력 정도와 공부하는 방법과 같은 내적이고 변화 가능한 것에 귀인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엄마, 난 머리가 나쁜가봐. 난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할까?’ 라는 질문에 ‘너는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법을 아직 모르는 거란다. 조금만 공부하는 방법을 바꾸어 보면 너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단다' 식의 대화를 이끌어 내어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방법을 조금씩 수정해가면 아이는 실패에 대하여 절망감을 갖거나 우울해하지 않을 것이며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이 주로 자신의 노력의 정도나 공부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고 믿고 성공을 원하는 한 열심히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때 부모는 아이의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아이의 능력보다는 노력을 강조하며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주도록 한다.

3.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고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가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자신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된다는 학습된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부모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① 수업시간에 집중하라

아이가 학교에 갈 때 가장 많이 하는 아침 인사가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라'일 것이다. 그만큼 상투적이긴 하지만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은 모든 공부의 지름길이다. 수업시간은 시험출제자의 특강이다. 그러므로 성적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험 출제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업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수업 시간에 강조하는 내용을 잘 기억해 두는 것이다. 심지어 족집게 과외교사나 학원에서 조차 시험문제를 내는 교사가 강조한 내용과 교사가 나누어준 학습지나 시험지를 바탕으로 시험 대비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두말할나위 없이 '수업시간 집중'은 누구나 아는 공부 잘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② 교과서를 완벽하게 이해하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문제집과 동영상 강의의 토대는 교과서이다. 기본에 충실한 공부만큼 탄탄한 것은 없다. 교과서는 가장 정제된 지식을 담고 있으며 모든 시험 문제의 근거가 된다.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낼 때도 문제집이나 다른 참고서적을 보고 내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서 발췌한다. 왜냐하면 시험 문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고 가르친 내용 범위 내에서 이원목적분류를 하는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문제집을 많이 풀고 참고서를 여러 권 보는 것보다 교과서를 여러 번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③ 차시별로 제시된 학습목표에 맞게 교과서를 요약하라

시험 공부를 위해 처음 교과서를 읽을 때는 모든 내용이 중요한 것 같지만 모든 단어들에 형광펜을 그어야 할 만큼 모두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각 차시의 학습 목표를 중심으로 교과서를 읽고 목표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밑줄을 그어 가며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한 공부 방법이다. 교과서의 구성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는 각 차시별 내용 맨 앞에 제목이나 목표를 제시해 놓았다. 제시된 제목과 굵은 글씨 목표를 중심으로 줄을 긋는다면 쉽게 학습 목표와 관련된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도 각 차시별 학습목표에 맞추어 시험 범위내의 모든 단원에서 골고루 문제를 뽑아야하는 출제방침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교과서를 공부할 때 학습 목표만 잘 이해한다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④ 공부하기 전 주간계획표와 요점 정리 노트를 만들어라

-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3번 정독하라.
- 학습목표에 관련된 중요한 부분만 자신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노트에 옮겨 적으며 시험 범위를 끝까지 1번 공부한다. 이 때 요점 정리 노트 왼쪽이나 오른쪽에 여유있게 칸을 만들어둔다.
- 두번째 공부할 때는 요점 정리 노트만 가지고 하며 이 때 왼쪽의 빈 칸에는 담당교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단어를 적고 이를 반복해서 읽어 완전히 외운다.

⑤ 오답노트를 간단하게라도 작성하라

외운 것이 끝났으면 가지고 있는 문제집이나 수업시간에 풀었던 학습지를 꺼내어 풀어본 후 틀린 문제에서 공부할 내용이 있었다면 이를 오른쪽 빈 칸에 몇 개의 단어로 정리를 한다.

⑥ 마인드맵을 그리며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라

좀 더 발전적으로 시험 공부를 하고 싶다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데 이때 활용하면 좋은 방법이 ‘마인드맵’ 그리기이다. 공부한 주제를 중심에 적은 후 공부한 내용, 새로 알게 된 내용,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 등 일정한 기준을 세워 ‘마인드 맵’을 그리면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면 공부한 내용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고 앞으로 무엇을 더 공부해야하는지 중요한 내용은 무엇인지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마지막에 ‘이렇게 공부하면 80점 정도 맞겠구나’ 혹은 ‘어느 부분을 내가 잘 모르고 있으니 그 부분 중 이러한 내용을 더 공부하면 될 것 같다.’와 같은 서술형 자기 평가를 덧붙여도 좋을 것이다.

4. 시험이 끝나면 일기를 쓰게 하라

시험이 끝나면 아쉬움이든 뿌듯함이든 일기를 쓰도록 한다. 시험 끝난 후의 감정을 가득 담은 일기를 요점정리 노트에 적어 다음 시험을 공부하기 전에 읽어본다면 다음번 시험을 대비하여 공부를 할 때 동기 부여제가 되거나 기폭제가 될 것이다.

5. 시험 성적을 잘 보이는 곳에 적어 놓아라

시험성적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꼴찌를 해도 앞으로 남은 시험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영원히 꼴찌로 남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공부를 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볼 수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시험 성적이 잘 보이도록 학년․시험․과목별 시험성적표를 만들어 채워나가면서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험을 잘 보게 도와주거나 공부를 잘하게 이끌어주는 자녀 교육법에 정답은 없다. 다만 현직에서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며 여러 아이들의 시험 공부법을 보아온 자신의 교육 경험과 부모의 입장에서 직접 여러 방법들로 자녀들을 교육해 본 훌륭한 '교사 부모'들이 터득한 '시험 잘 보는 방법'을 시험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쩔쩔매고 있는 아이들과 쩔쩔매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데 방도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부모들에게 작은 조언이나마 보탬이 되어 드리고 싶어서 이번 칼럼을 올리게 되었다.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