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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羊頭拘肉-같다르고 속다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羊頭狗肉이란 「밖에는 양 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판다」는 뜻으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하지 않은 것을 말하며 표리부동(表裏不同)과 같은 의미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에게는 남장(男裝)여인을 좋아하는 야릇한 기호(嗜好)가 있었다.그 결과 도읍에는 부녀자들이 다투어 남장을 했으므로 이제는 도리어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영공은 관리를 시켜 엄금토록 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한번은 재상 안자(晏子)를 만나 불평을 털어놓았다.
『여인들이 남장을 하는 바람에 멀쩡한 옷을 찢어놓고 있으니….』 그러자 안자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왕께서 궁녀들에게 남장을 권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이를 금하고 계시니 이는 마치 문에 소머리를 걸어 놓고(懸牛頭)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賣馬肉)이나 다름 없습니다.먼저 궁녀들의남장부터 금하신다면 이런 풍조는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 그의 말대로 하니 결국 남장 풍습은 사라지게 되었다.안자춘추(晏子春秋)에 보이는 이야기다.그렇다면 여기서는 羊頭狗肉이 아닌 우두마육(牛頭馬肉)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은 말고기가 아니라 개고기다.향육(香肉)이라 하여 우리보다 더 즐긴다.그래서 후에 羊頭狗肉으로 바뀌지 않았나 싶다.
소머리든 양머리든,또 말고기든 개고기든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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