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시민들 분노 300억은 빙산의 일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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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00억원 차명계좌의 진짜 임자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반신반의 하던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시민들은 「쓰고남은 비자금」이 300억원이라면 이미 사용한 비자금 규모는 얼마나 많겠느냐며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의 조성과정을 낱낱이 밝혀내 관련자를 모두 처벌,사회정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들은 특히 금융실명제 실시이후에도 이같은 거액의 비자금이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될 정도라면 관리되는 비자금은 또 얼마나 되겠느냐며 정부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대 이재영(李載永.40)교수는 『허탈하고 충격적일 뿐이다.대부분 국민들은 300억원의 비자금이 아마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더 이상 정부는 과거의 구린데를 덮어두지 말고 엄청난 돈을 모은 경위등을 따져 허탈 해진 서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안양시회계동 홍민의(42.사업)씨는 『그동안 의혹을 갖고 있었으나 다 그런거지 하고 자위하기에는 배반감이 너무 크다.대통령도 엄연히 공무를 수행하는 직업인인데 도대체 어떻게 300억원이라는 돈을 모을 수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남나주 농민회 사무국장 유상욱(劉相郁.34)씨는 『농민들은생계유지를 위해 추곡수매가를 몇푼 더 올려달라고 통사정했음에도외면당하는 판국에 한때 국가를 관리한 통수권자가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챙겨왔다니 말이나 되느냐』고 허탈 해 했다.
동아대 이성근(李聖根.금속공학과)교수는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비자금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이번 기회에 철저히 파헤쳐 두번 다시는 검은 거래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것』이라고말했다. 대구시수성구지산동 김승호(金承鎬.37)씨는 『300억원의 차명계좌가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밝혀짐으로써 비자금 4,000억원설도 사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林玄鎭)교수는 『대통령임기후에도 300억원이란 거금이 비자금으로 관리돼 왔다는 사실에 큰 당혹함을느끼며 정경유착으로 점철된 정치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안상수(安商守)변호사는 『노 전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 입증돼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 더이상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비자금의 실체를 국민에게 밝힌뒤 모두 국가에 환원해야 하며 전두환( 全斗煥)전대통령의 비자금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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