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비자금>1.국가간 거래.대형사업이 돈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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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직 대통령 비자금 파문이 정국에 회오리를 몰아치고있다.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의 검찰출두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일부나마 그 모습을 드러내자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규모와 조성과정에 관한 국민들의 의혹이 증폭되 고 있다.도대체 전직 대통령이 그처럼 많은 돈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또한 높다.본지는 전직 대통령 비자금에 관한 모든 것을 집중취재,시리즈로 보도한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이 드디어 드러났다.이현우(李賢雨)전청와대경호실장은 300억원의 주인이 노 전대통령이라고 밝혔다.쓰고 남은 통치자금이라는 것이다.정가는 격랑에 휘말리게됐다.300억원은 어쨌든 불법 정치자금이다.압수 와 사법처리가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설명이다.별도로 강력하게 제기되는 의문이 있다.과연 이게 전부냐 아니면 꼬리의 한 부분이냐하는 의문이다.박계동(朴啓東)의원은 이게 4,000억원 가운데일부라고 주장했다.일단 박의원이 근거를 가지고 제시한 한 조각은 정확했다.그래서 나머지 숨은 그림도 박의원의 말대로일 가능성이 높다.4,000억원이 실재한다면 그 파문은 엄청날 것이다. 물론 4,000억원이 아닐 수도 있다.하지만 300억원이 전부라고는 보기 힘들다.노씨가 재임하면서 출납을 했던 정치자금의 규모로 비춰보면 그렇다.노씨는 우선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으로부터 2,550억원을 받았다.13대 대통령선거 때였다.기업으로부터도 적지 않게 돈을 받았다.현대의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은 『노대통령에게는 한번에 20억원이나 30억원을 줬다.적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50억원을 주고 마지막으로 100억원을 줬다』고 말했다.각종 인.허가에도 개입 한 것으로 전해진다.일례로 6공때 허가가 난 골프장은 139개다.5공 당시 골프장 하나의 허가사례금은 20억원 정도였다.6공 때도 비슷한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3,5,6공에 걸쳐 대형 국가사업에서 일정비율의 정치자금을 떼냈다는 것은 상식이다.군전력보강사업인 율곡사업에는 해마다 3조원에서 4조원 정도가 투입된다.이중 국가대 국가간 거래가 아니라 민간이나 기업을 상대로 하는 상용구매에는 3 %에서 4%의 커미션이 오간다는 것이 군장성 출신 야당의원들의 설명이다.
해마다 1,000억원대 규모의 정치자금이 떼어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이에 관한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원조(李源祚)전의원과 김종인(金鍾仁)전경제수석,김종휘(金宗輝)전외교안보수석이 꼽힌다.이씨와 김종인씨는 금융거래 과정에의 개입과 기업을 상대로 한 모금에 간여했다는 게 정설이다.김종휘씨는 무기거래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이들은 정권이 바뀐 후 감옥에 갔거나,해외에 오래 체류했거나,아직도 귀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석재(徐錫宰)전총무처장관이 4,000억 비자금설을 제기했을때 추정되기로는 전 전대통령이나 노 전대통령이나 2,000억원정도의 차액이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이들이 재임기간에 지출한 소위 「통치자금」과 거둬들인 돈의 차 액을 어림잡아보니 이런 계산이 나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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