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가스로 차 생산 ‘친환경 공장’ 미국 스파르탄버그 BMW 공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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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은 연간 소비 에너지의 65%를 인근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충당하고 있다. 사진은 차체와 엔진을 조립하는 공정. [BMW 제공]

미국 애틀랜타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 남짓 동쪽으로 달리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카운티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독일 외 지역으로는 최초로 BMW 차를 양산하기 시작한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시리즈와 스포츠 쿠페 Z시리즈가 이곳에서 만들어져 미주와 세계로 팔려나간다. 공장은 5400여 명의 지역주민을 고용하고 있다. 지역 협력업체만 40곳에 이른다. 도시의 엔진이라 불릴 만했다. 또한 이곳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첨단 친환경 공장이기도 하다.

공장 입구로 들어서면 BMW 옛 자동차가 전시된 기념관이 나온다. 공장 방문객은 그곳에서 투어를 시작한다. 일반인은 5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투어를 할 수 있다. 공장 투어가 하나의 상품인 셈이다.

보호 고글을 쓰고 조립라인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공정이 ‘페인트숍’이다. 로버트 히트 PR 매니저는 “공장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65%를 인근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충당하고 있다”며 “특히 페인트숍 공정에 들어가는 전력은 100% 메탄가스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메탄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공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히트는 “매립 가스를 사용함으로써 자동차 6만1000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효과도 크다. 메탄가스로 충당하는 에너지는 연간 가정집 1만5000가구의 난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이는 3000cc 가솔린엔진 자동차가 지구를 4300바퀴 돌 수 있는 에너지와 비슷한 양이다.

2004년, BMW는 팔메토 매립지에서 스파르탄버그 자동차 생산라인에 이르는 15.3km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회사는 ‘매립가스 에너지화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진 에너지를 생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큰 초기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놓는다. BMW는 파이프라인과 전력 생산 시설에 과감히 투자하고, 매립 가스를 거의 무상으로 받는 계약을 성사시킨다.

이는 BMW의 현지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었다. 환경보호청 등 미국의 환경 관련 단체들은 잇따라 스파르탄 공장을 ‘우수환경기업’으로 선정했다. 외국 기업이라는 거부감은 사라지고 친환경 기업이라는 친근함이 자리잡게 됐다.

BMW의 프로젝트는 기존의 매립 가스 에너지화 계획과는 다른 면이 있다. 대부분 매립지에서 가스로 전기를 생산한 뒤 케이블로 전력을 보내는 데 반해, 스파르탄버그 공장은 가스를 파이프로 받아 직접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사용자가 에너지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BMW의 과감한 친환경 정책은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시켰고 ▶환경을 보호함으로써 현지화에 기여했으며 ▶새로운 에너지 개발 모델을 만들고 있다.

스파르탄버그(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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