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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광복로 '일본인 거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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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일본인 거리’조성이 추진되는 광복로 옛 미화당백화점 앞. [송봉근 기자]

"관광자원 개발차원에서 필요하다.""일제 잔재를 관광소재로 삼아선 안 된다." 부산 광복동에 '일본인 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식 건물이 많이 남아 있는 광복동에 '일본인 거리'를 조성한다는 구청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거세다.

◆ 발단=중구청은 지난 21일 일본인 관광객 유치 전략으로 광복동 용두산 공원을 중심으로 옛 미화당백화점~광복로~부산호텔~동광초등~옛 미문화원(1.8㎞)을 연결하는 'ㅁ'자 형태의 '일본인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식 목조 건물이 남아 있고 일본인이 많이 찾는 광복동 동광로에 한.일 양국의 전통음식점 등을 유치해 음식.숙박의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산업은행~부산데파트 도로는 후쿠오카 음식문화연구회가 추진 중인 후쿠오카타운을 조성, 일본풍의 음식문화 거리로 꾸민다는 것이다. 대청로는 왜관을 복원해 한.일 교류의 거리로 조성하고, 용두산공원은 문화예술회관 건립 등을 통해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구청은 용역 작업을 마치고 부산시에 일본인 거리 지정을 건의해 놓았다.

구청 관계자는 "연간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240만 명 중 절반이 일본인"이라며 "일본인 관광객 더 유치하기 위해 일본인 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찬반 논란=찬성 쪽은 주로 "부산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일본인 거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 광복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부산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연제구민'이라는 네티즌은 "침체에 빠진 부산이 국제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일본인거리 조성은 필요하다"며 "광복동에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와 일본인 거리를 연계해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해운대'라는 네티즌은 "부산은 서울보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일본 관광객 유치가 더 유리하다"찬성했다.

'정혜정'이라는 네티즌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고 일본이 우리에게 완전히 사과한 것도 아닌데 그런 거리를 만든단 말인가"라며 반대했다. 다른 네티즌은 "한민족의 슬픈 과거사가 생각난다.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는 행정은 하지마세요. 민족의 자존심을 관광수입의 논리에 파는 일은 하지 맙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주의민족통일 부산연합 허운영 국장은 "일본의 우경화가 도를 넘고 있는 시점에 우리 민족의 수난사가 배어있는 광복동 일대를 일본인들에게 내준다는 것은 시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일제 잔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 광복동=8.15 광복 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번창한 곳에서 광복을 맞았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 용두산 주변에는 일본인들이 통상을 하던 초량왜관이 있었다. 1877년 일본 불교의 한 분파인 동본원사 부산별원이 지금의 대각사 자리에 세워졌다.

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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