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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106) 서울 영등포을 민주당 박금자 의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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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의 대장금’민주당 박금자(51) 의원이 영등포을에서 도전장을 냈다. 라이벌은 지난해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박 의원은 “지역구 도전은 처음이지만 오랫동안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텃밭을 가꿔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20년 전 대학강사를 그만두고, 신길동에 박금자 산부인과를 개원하면서 영등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진료와 병행해 주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그가 이런 사회봉사 활동에 나선 계기가 있다.

“추운 겨울날이었죠. 제 병원 앞에 웬 아기가 강보에 싸인 채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기의 생년월일이 적힌 쪽지에 아기 엄마는 ‘잘 키워달라’고 썼더군요. 그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때부터 버려진 미혼모와 청소년, 사회적 약자인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이후 성폭력 피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성폭력 피해자, 미혼모, 가출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치료와 법률 상담을 해 주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를 설립했다. ‘아동과 여성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100인 전문가 클럽’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은 당사자인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사회적인 대책이 있어야죠. 미래를 헤쳐 나가기 어려운 여성과 청소년들을 돌보는 건 곧 국가의 미래를 치료하는 일입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병원을 대학병원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부인과로 키워 전문경영인으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병원은 국내 3대 산부인과로 꼽힐 만큼 전국적으로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3월엔 SRSI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우수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돌연 정치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

“주위 분들이 대부분 만류했습니다. 여자가 정치판에 가면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닐텐데 뭐 하러 그 판에 끼어 드느냐는 거죠. 그런데 정책의 뒷받침 없이 사회를 바꾸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백방으로 뛰어 봤자 실효성이 없더라구요.”

그는 2000년 민주당이 창당하면서 도덕성·개혁성·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영입할 때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 후 민주당 당무위원을 거쳐 지난해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했다. 6개월 남짓 의정활동을 경험했지만, 그는 정치는 여전히 낯설다고 털어 놓았다.

“사실 짧은 기간이지만, 부정부패로 얼룩진 16대 국회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환멸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와 여성들을 위해 여전히 할 일이 많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출마를 결심했죠.”

▶ 박금자 의원은 아일랜드의 첫 여성대통령 메리 로빈슨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습을 타파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한편 경제개발계획으로 세계화지수 1위, 국가경쟁력지수 5위 국가로 아일랜드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박 의원은 그의 이런 면모와 함께 메리 로빈슨의 포용과 보살핌의 리더십을 본받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며 남녀평등이야말로 우리 사회 발전의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여성계의 평등 요구를 일부에서 성별 대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건 시대착오예요. 사실 여성평등, 양성평등 의식은 어린 시절 교육을 통해 심어 줘야 합니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성 복지나 고용기회 면에서 남녀평등은 여전히 구호일 뿐이죠. 특히 여성 정치참여 지수는 OECD국가 중 하위 그룹에 머물고 있어요. 앞으로 정책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정치와 행정 분야에 더 많은 여성들이 진출해야 합니다.”

그는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킬 사람들이 바로 전문직 여성이고, 이들을 국회에 진출시키는 게 시대의 과제”라고 강변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의 당락을 떠나 앞으로 지역구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지망생들에게 ‘박금자’란 이름 석자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지역구인 영등포에 대해선 집도하는 의사답게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랜 침체와 무계획적인 개발로 곪아터진 영등포를 수술대에 올리고 대대적으로 외과적인 처치를 하겠다는 것. 인습에 도전해 수술칼을 쥔 대장금처럼 영등포의 ‘대장금’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가 정착한 20년 전엔 이 곳 땅값이 강남과 별 차이가 없었어요.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그걸 지켜본 지역 주민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죠. 균형발전을 이뤄야 국민통합, 지역통합도 가능합니다.”

그는 주민들이 살고 싶어하는 영등포, 자랑하고 싶은 영등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정치·금융·언론 등의 주요 시설이 자리잡고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는 대한민국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그밖의 다른 지역들은 낙후되어 있어요. 지역별로, 위치와 다른 지역과의 연계성, 지역 현실에 맞는 특성화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개발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는 여의도의 문화·레저 산업을 활성화해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하겠다고 밝혔다. 주거 지역인 신길동·대림동은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각종 교육시설도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주민자치센터를 기반으로 영어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보건의료 전문가로 가정의 행복과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힘썼습니다. 이제 정치도 전문가가 나서야 합니다. 부정, 비리, 불법, 탈법 등의 암덩어리를 도려내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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