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야구 9단’들 세상에 이런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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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늙어서 험한 꼴을 보는 것일까. 나이 많아도 불러주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배가 나오고 불혹이 가까워도 노장들은 뛴다.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역사다. 언제나 명예로운 기록만 세우라는 법은 없다. 최근 프로야구 노장들이 쏟아낸 이색 기록을 소개한다.

◇36세 연습생 진필중

우리 히어로즈는 14일 진필중(36·사진)과 입단 계약을 했다. 진필중의 신분은 신고선수, 즉 연습생이다. 아직 연봉 계약도 하지 못했다.

진필중은 2004년 LG로부터 4년 최대 30억원을 받고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 3승14패15세이브에 그쳤다. LG에서 방출된 진필중은 두 차례 테스트까지 받은 뒤 우리에 입단했다. 역대 최고령 신고선수. 연습생 신화를 쓴 장종훈(한화 코치)이 19년간 뛰고 2005년 은퇴했을 때 나이가 37세였다.

진필중은 “나이나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아직 내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직’ 전문 이종범

KIA 이종범(38)은 10일 우리전에서 1루수로 출전했다. 최희섭·장성호의 부상 탓이다. 이로써 이종범은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뛰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종범은 1993년 해태에 입단, 유격수로 활약하다 가끔 2루수로, 포수로도 뛰었다. 2000년 KIA 복귀 후엔 3루수를 거쳐 외야 3개 포지션을 골고루 돌아다녔다. 이종범은 “다른 포지션보다 1루수가 편하다”며 웃었다. 이종범은 최희섭이 돌아올 때까지 당분간 1루수로 나설 전망이다.

◇‘발’로 뛰는 김동수

이종범이 1루수 데뷔전을 치른 10일, 현역 최고령 타자인 김동수(40·우리)는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지시가 떨어졌다.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은 클리프 브룸바의 대주자로 나가라는 거였다. 김동수는 프로 19년 동안 도루를 56개밖에 하지 못한, 대표적인 느림보다. 얼떨결에 1루로 나가 후속타자 안타 때 2루까지 열심히 뛰었다. 김동수는 “10살 때부터 야구를 해오면서 대주자로 나간 적은 처음”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강귀태(29)에게 주전 포수를 물려준 채 주로 대수비 요원으로 뛰고 있다.

◇시간을 멈춘 송진우

최고령 선수 송진우(42·한화)는 13일 대전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세월과 함께 스피드가 떨어져 최고 구속은 135㎞에 그쳤다. 상대 선발은 19살 어린 이범석이었다. 이범석은 송진우보다 시속 17㎞ 빠른 152㎞ 강속구를 던졌지만 노장을 당해내지 못했다. 42세2개월27일로 통산 최고령 승리 기록을 경신한 송진우는 경기 뒤 후배 장종훈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송진우는 청주 세광중 시절 소년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호적 나이를 한 살 어리게 고쳤다. 실제 우리 나이로는 마흔네 살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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