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꽃구경보다 경단 떡(금강산도 식후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일본에서는 보통 꽃 하면 벚꽃을 말한다.특히 시나 소설 같은데서는 더하다.어떤 구체적인 지칭없이 꽃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십중팔구는 벚꽃 이야기다.꽃구경 하면 벚꽃놀이다.
꽃구경을 왔으면서도 꽃구경은 제쳐두고,아니 그까짓 꽃나무 아무리 들여다봐야 배부른 게 아니야 하며 술만 마시거나 도시락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단고(だんご)는 그림에서 보는 것 같은 경단떡.「하나요리 단고」란,말하자면 허울좋은 명분보다 실속을 차리는 사람이나 그런 행동을 가리킬 때 쓴다.
도쿄에서는 4월 중순께 벚꽃이 만발한다.어느 곳에나 옛날부터벚꽃놀이로 소문난 장소가 있다.그런 곳은 자리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프로야구 코리안 시리즈의 입장권 구하는 것만큼 어려워 꼭두새벽부터 줄을 선다.그런데 말끔히 양복을 차려입고 멀쩡하게생긴 젊은이들이 자리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걸 볼 수 있다.아니,웬 백수가… 하고 놀라지 마시기를.그들은 신입사원들이다.일본의 경우는 4월이 신학기,신입사원의 계절이다.그래서 그들에게부여되는 첫 일이 이 자리잡기 일 때가 많다.곰곰 생각해 보면일본 사람들은 모두 「하나요리 단고」인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