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漢日條約 바른 해석 관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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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라야마 일본총리가 지난 5일 한일합방조약이 적법하게 체결됐다고 발언한데 대해 정부가 공식 항의와 함께 한-일기본조약의 재해석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만약 일본총리의 그러한 공개적인 발언을 방치한다면 우리가 일본의 잘못된 역 사인식을 묵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실은 이 문제는 지난 65년 한-일기본조약체결때 다른 해석의여지가 없게 분명히 해두었어야 했다.그러나 기본조약문에는 「이미 무효로 확인됐다」고만 표현함으로써 어떻게 해서든 불법강점을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에 「이미 무효」란 원천 무효가 아니라 45년 8.15로 무효가 된 것을 뜻한다는 해석의 꼬투리를 제공해준 것이다.
이 문제는 원천적.근본적인 문제인만큼 사후에라도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 결론을 냈어야 했다.그러나 정상회담만도 수십차례나가졌으면서도 한일합방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임을 확인받지 않아 오늘에 이르러서도 이 문제가 양국간 외교마찰의 불씨가 되게 된것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이 입발린 소리만 거듭할 뿐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있음은 물론이다.
한일합방조약이 무력과 강압,그리고 적법절차도 거치지 않은 국권탈취행위요 침략행위였음은 역사기록이 증명하는 것이며,많은 일본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史實)이다.이를 인정하지 않으려한다면 일왕(日王)의 발언까지 포함해 그동안 일 본측이 공식으로 표명했던 갖가지 사과와 유감표명이야말로 「이미 무효」다.일본이 진정으로 과거역사에 대해 사죄할 뜻이 있는가 없는가는 한일합방조약의 원천적 무효를 인정하는가 안하는가가 잣대가 될 것이다. 무라야마총리는 13일의 중의원 답변에서도 『체결과정에서양측의 입장이 평등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면서도 『합의에 의해성립됐다』『조약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함으로써 인식을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두고두고 마찰과 대립의불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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