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성’이 된 지성 “우승 복을 타고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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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또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맨유가 12일 오전(한국시간) 막을 내린 2007~200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 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첼시를 승점 2점 차로 따돌리고 2년 연속 리그 우승컵을 품었다.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와락 껴안고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박지성은 “난 운을 타고난 것 같아요. 그런 운을 가졌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죠”라며 “나보다 실력 좋고 더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는 곳마다 대단한 성과를 거뒀고, 자신의 말처럼 커다란 행운이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행운을 부르는 사나이=2000년 일본에 진출한 박지성은 2001년 교토 퍼플상가를 우승으로 이끌며 팀을 1부 리그로 끌어올렸다. 2002년에는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의 4강에 큰 몫을 하며 급성장했다. 2003년 1월에는 일왕배에서 우승한 뒤 히딩크 감독이 있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2002~2003, 2004~2005 네덜란드리그 우승, 2004~2005 네덜란드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에인트호번을 4강으로 이끌며 맨유행의 디딤돌을 놓았다.

2005년 여름,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박지성의 행운은 그치지 않고 있다. 2006 칼링컵 우승에 이어 2시즌 연속 리그 정상을 밟았다. 과연 박지성이 맨유에서 통할까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는 선발 출전 경기에서 27경기째 무패 기록(25승2무)을 이어오며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경기가 잘 풀리고 있다.

◇갈 길은 아직 멀다=박지성은 12일 위건 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22분까지 67분간 뛰었다. 전반에 터진 호날두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1-0으로 리드했고, 후반 박지성과 임무를 교대한 긱스가 투입된 지 10분 만에 우승을 확정 짓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선발=승리’라는 방정식은 지켜냈지만 스카이스포츠는 ‘조용했다’는 촌평과 함께 평점 6점을 주었다. 일부 팬도 “이제는 ‘연결(패스)’보다는 ‘종결(득점)’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아쉬워했다. 열심히 뛰고, 자기보다 체격이 좋은 선수들과 부딪쳐 넘어져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 내고, 동료들의 패스를 잘라먹지 않고 연결하는 능력은 좋지만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지성은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플러스 α가 절실해 보였다.

22일 모스크바에서 첼시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있는 그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골을 상상한다. 승리가 우선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맨체스터=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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