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25분 코너킥 상황에서 대전 이여성이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고 있다. 대전은 부산을 2-1로 제압했고, 김호 대전 감독은 K-리그 사령탑 중 처음으로 통산 200승 고지에 올랐다. [사진=임현동 기자]
김 감독은 어버이날 전날인 7일 끔찍이 사랑하던 손자와 며느리를 사고로 잃었다. 착하기 그지없는 며느리였고, 자신을 똑 닮아 “축구를 시켜야겠다”며 자랑하던 다섯 살 손자였다.
이틀 동안 상을 치르면서도 김 감독은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팀 훈련을 평소와 똑같이 지휘했다. 그는 빈소에서 “이게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되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그는 슬픔을 잊기 위해, 질기고 모진 운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더 축구에 몰입했는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평소처럼 해라. 절대 무리하거나 오버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마음은 달랐다. 자신들을 아버지처럼 다정하게 보살펴준 ‘감독님’에게 승리를 바쳐야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대전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9분, 부산이 페널티킥으로 1-1을 만들었다. 대전 선수들은 곧바로 킥오프를 하지 않고 둥그렇게 모였다. 경기 후 수비수 김형일에게 “모여서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1-1이지만 반드시 골을 넣을 수 있으니 감독님을 위해 꼭 이기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후반 종료 직전 이성운이 넣은 대전의 결승골은 그의 프로 데뷔골이었다. 경기대를 졸업하고 성남과 경찰청을 거쳐 지난해 대전에 온 이성운은 “감독님은 내 축구 인생을 바꿔주신 분이다. 그분에게 200승을 바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울먹였다.
김 감독은 “199승을 한 뒤 잇따라 졌던 두 경기가 지금까지 어떤 경기보다 힘들었다. 불의의 사고로 선수와 팬 여러분께 정말 죄송했는데 오늘 200승을 선물했으니 며느리와 손자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노력해 한국 축구와 프로축구 발전에 공헌하겠다”고 말하며 200승을 아로새긴 구덕운동장을 떠났다. 포항 스틸러스는 광주 상무를 3-1로 누르고 4연승을 질주했고, FC 서울은 인천 유나이티드에 2-1로 승리했다.
글=정영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