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책읽기] ‘불안한 황금쌀’ 유전자변형 식품의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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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Le monde selon Monsanto
몬산토가 꿈꾸는 세계

라 데쿠베르트
2008년 3월

2000년 유명한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황금쌀을 생명공학의 쾌거라 소개했고, 황금쌀의 개발자 잉고 포트리쿠스는 같은 해 ‘타임’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다. 실험실의 결과에 따르면 황금쌀은 비타민 A가 풍부했다. 따라서 비타민 A의 부족으로 매년 100만 명씩 죽어가는 제3세계의 어린이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황금쌀을 생산하려면 32군데의 기업과 연구소가 보유한 특허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때 세계 최대의 종자회사인 몬산토가 “황금쌀의 소비를 촉진시켜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수백만의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보유한 특허를 무상으로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지구상에서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의 하나인 폴리염화비페닐을 생산했고, 베트남 전쟁 중에는 오렌지 작전이란 이름으로 살포된 고엽제를 생산한 기업이 갑자기 천사로 변한 것일까? 1901년 창립 이후 그들이 개발한 제품이 생태계와 인간에 미친 해악을 무시하기만 하던 기업이 인도주의적 기업을 거듭나기 위해서 세계의 기아문제에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황금쌀은 그들의 유전자변형 작물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몬산토는 유전자변형체가 제2의 녹색혁명이라 선전하지만 그 안정성은 불안하기만 하다. 적어도 소비자에게는 어떤 이익도 없다.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를 중심으로 재배되는 몬산토의 유전자변형 대두에서 벨기에의 과학자가 ‘정체불명의 DNA’를 발견했다. 또 앞에서 언급한 황금쌀도 증거의 하나다. 실험실에서는 인류의 미래를 열어줄 듯한 결과를 보였던 황금쌀이 자연환경에서는 비타민 A를 거의 생산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누구도 해명하지 못했다. 이 구체적 사례만으로도 유전자변형체의 안정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또 몬산토는 동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소의 성장 호르몬을 개발했지만 유럽연합은 윤리적인 문제를 핑계로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은 2004년부터 표시제 실시를 조건으로 유전자변형 작물의 수입 재개를 승인했으나, 그때까지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했었다.

몬산토는 굴지의 종자 회사다. 전 세계에서 유전자변형 작물로 재배되는 종자 중 몬산토 제품이 가장 많으며, 전체 재배 면적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체로 세계의 먹거리를 지배하기 위해서 그들의 특허를 안전하게 지켜야 했다.

95년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이 체결됐다. 이 책의 저자, 마리 모니크 로벵은 2005년 세계무역기구 지적재산권 부문 책임자인 애드리언 오튼을 직접 만나, 이 협정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조항이 뭐냐고 물었다. 오튼은 솔직하게 “전 세계적으로 토종 종자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식물과 동물에 관련된 발명도 특허를 얻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고 대답했다. 몬산토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에게 지구의 유전자 자원을 독점할 권리를 보장한 조항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도 우리 뜻대로 재배하고 기를 수 없게 막아버린 조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1일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수입됐다. 올해에만 120만톤을 수입할 예정이란다. 우리 모두가 광우병에 ‘광란’하고 있는 동안 그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를 유전자변형 작물이 우리 먹거리에 섞여 들어가고 있다. 5월 초 이 소식이 신문에 실렸을 때 일부 시민단체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 광우병은 말해도 미국소가 유전자변형 성장 호르몬을 주사 맞는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는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안정성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생명체에 대한 지적 재산권의 보호가 세계화의 한 부분이라면, 유엔 인권소위원회가 2000년 6월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로 그 첨병인 세계무역기구는 식량 미자급국에게 ‘끔찍한 악몽’일지 모른다.

강주헌<번역가>

Marie-Monique Robin (마리 모니크 로벵)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다. 1995년 프랑스 언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알베르 롱드르 상을 받았다. 남아메리카·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을 순회하며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 도둑: 밀매 현장』 『소아성애 도착자들과의 전쟁』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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