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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ilc] “유엔과 손잡고 걷기운동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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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 걷기의 날’ 제정과 관련해 환담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선 강원지사, 박 회장, 반 총장, 노재동 은평구청장. [재향군인회 제공]

박세직(74) ‘세계 걷기의 날’ 조직위원회 총재 겸 재향군인회 회장은 늘 걷는다. 아니 걷는 게 생활이다. 10층 이상 고층에 있는 사무실을 걸어서 오르락내리락하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한 시간 이상 걷는다. ‘걷기 사랑’을 나눠주는 데도 열심이다.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는 만보계가 상징이다.

이런 박 총재가 걷기 운동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6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방문했다. 그 직전 그가 숙박한 호텔에서 만나 그의 걷기 인생에 얽힌 이야기, 걷기 운동의 장점, 세계화 계획 등을 들었다. 그는 “20여 년 전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일할 때는 여의도 63빌딩의 51층에 있는 레스토랑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계단 출입문이 잠겨 있어서 1층까지 걸어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간 적도 있다.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 31층에 있는 결혼식장에 걸어 올라가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반 총장과 무엇을 상의하나.

“한국이 앞장서서 ‘세계 걷기의 날’, ‘세계 걷기의 해’를 유엔 이름으로 선포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걷기 운동이 확산되면 차를 덜 타게 돼 기름이 절약되고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인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물론 지구가 당면한 환경·에너지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유엔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쌓기 위해, 한국에서 걷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대표들과 함께 왔다.”

-세계 걷기운동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지난해 10월 서울 올림픽공원과 부산 해운대에서 ‘한국·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축제’가 열렸다. 곧이어 11월 11일 ‘세계 걷기의 날’ 선포식 및 걷기 대회가 개최됐다. 당시 맨발로 걷는 것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마사이족까지 초청해 성황리에 행사를 치렀다. 여기에 관계했던 분들이 (내가) 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체육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이 있으니 ‘세계 걷기의 날’ 조직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권유했다. 고심 끝에 걷기 운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지자체 단체장 및 의회 지도자들을 돕고, 인류 건강과 지구 보호에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자는 뜻에서 받아들였다.”

- ‘세계 걷기의 날’을 11월 11일로 정한 이유는.

“‘11’이란 숫자는 인간이 두 다리로 대지 위에 서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이 숫자가 겹치는 날을 세계 걷기의 날로 정했다.”

-걷기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한마디로 걷기가 생활화돼 있다. 올림픽 조직위원장, 총무처 장관 시절부터 사무실까지 걸어 올라갔다. 재향군인회 회장인 지금도 내내 걸어 올라간다. 공교롭게 사무실이 모두 높은 데 있었다. 총무처는 11층, 올림픽 조직위는 13층이었고, 종전 재향군인회 사무실은 11층에 있었다. 최근 이전한 새 사무실도 10층에 있다. 점심때도 걸어 내려갔다 걸어 올라온다. 퇴근 후에는 서울 평창동 집 근처를 한 시간 정도 산책한다. 비가 오면 집안에서 러닝머신을 하거나 아내와 함께 마루에서 걷는다 (그래서인지 박 총재는 10년 이상 젊어 보였다)”.

-걷기의 장점은.

“깊은 심호흡을 하게 돼 폐활량이 늘어난다. 계단을 오르내리면 숨이 가빠지면서 몸 전체를 쓰게 돼 복합적인 운동이 된다. 복근과 팔 운동도 하게 된다. 더불어 몸이 상쾌해지면서 머리도 맑아진다. 엘리베이터를 안 타면 에너지도 절약되지 않겠는가. 자녀들에게도 이런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등산이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너무 힘을 가하면 무릎 연골이 손상되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경험상 산이나 계단을 오를 때는 괜찮지만 내려올 때가 문제다. 내려올 때는 여유를 갖고 살살 내려오는 것이 좋다.”

-걷기를 오래 해서 도움이 된 적은.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 부산의 모 방송국 초청으로 현장 체험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건물 공사 현장에 가서 높은 곳에서 벽을 치는 것이 임무였다. 평소 높은 곳까지 자주 걸어서 올랐기 때문인지 고소공포증을 거의 못 느꼈다. 안 그랬으면 겁이 나 제대로 못했을 것이다.”

-걷기와 관련한 일화가 있는가.

“과거 아파트에 살 때다. 한번은 고층에 있는 집에 걸어 올라가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갇혀 있는 소리가 들려 구해줬는데 친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으면 나도 갇혔을 것이다. 걸어 다니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도 없지 않겠는가.”

-다른 운동도 즐기는가.

“물론 다른 운동도 좋아하며 스포츠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편이다. 1985년 총무처 장관으로 취임했을 때였다. 공무원들의 신체검사 결과를 보니 일반 시민들보다 건강이 안 좋았다. 폐결핵·간염 환자도 훨씬 많았다. 월급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생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체육의 날을 제정하고 공무원 업무시설 내에 조깅 트랙 등 체육시설을 갖추도록 제도화했다.”

-부하 직원들에게도 운동을 많이 권하는가.

“올림픽 조직위원장 때 ‘9시5분 전 사나이’가 내 별명이었다. 오전 9시 업무가 시작되기 5분 전에 전 직원들을 집합시켜 놓고 맨손체조를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그래서 이 별명을 얻게 됐다.”

-반기문 총장과의 인연은.

“내가 83년부터 안기부 해외 담당 차장으로 있었는데 그때 반 총장은 노신영 당시 안기부장의 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때부터 잘 알고 지냈다. 올림픽 조직위원장 및 총무처·체육부 장관을 맡고 있을 때는 국제관계 업무가 적잖아 업무상으로도 교류가 많았다. 그런저런 인연으로 이번에 반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향후 계획은.

“올해 서울 올림픽 20주년을 맞아 9월 17일부터 닷새간 기념행사를 한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그달 20일 올림픽공원에서 ‘올림픽 20주년 기념 세계걷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또 11월 11일에는 건국 60주년을 기리는 뜻에서 전국 60개 지역에서 100만 명이 참가하는 걷기대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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