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엔테스 신작 "다이애나" 표절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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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멕시코의 작가 카를로스 후엔테스(66)의 94년 신작장편『다이애나』(원제:Diana,The Goddess Who Hunters Alone)가 표절시비에 휘말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10월중 미국 에서 출간예정인『다이애나』에 대해 표절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회사를 경영하는 멕시코의 무명소설가 빅토르 마뉴엘 셀로리오(38).셀로리오는 지난2월 후엔테스를 표절혐의로 고소했지만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부터다.
셀로리오는 『다이애나』가 89년 자신이 발표한 『푸른 빛의 일각수』(The Blue Unicorn)와 도저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만큼 내용이 닮아 표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푸른 빛의 일각수』는 89년 발표당시 받아주는 출판사가 없어 2백부를 자비 출판했다가 94년에 다시 재판 1천부를 찍은작품으로 멕시코 소설가와 미국 여자의 열정적인 사랑얘기를 담고있다.『다이애나』 역시 멕시코 소설가와 미국 여자의 사랑얘기를축으로 한 작품이다.셀로리오는 『다이애나』의 표절 근거로▲작중의 커플이 만나게 되는 배경에 공통적으로 베트남전쟁이 있는 점▲두 소설 모두 멕시코 소설가가 여자친구에 대한 강박관념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작중 멕시코 소설가가 쓰고 있는 작품이 모두동일인물인 스페인 정복자와 첩의 사랑이야기에 관한 것이라는 점등을 꼽고 있다.
이같은 셀로리오의 주장에 대해 멕시코 현지 반응은 『터무니 없는 중상』이라는 반론과 『평소 남의 작품을 지나치게 참조하는후엔테스의 창작 습관으로 봐서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셀로리오 옹호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후엔테스의 전속출판사 알파구아라의 책임자 실티엘 알라트리스테는 셀로리오의 주장을 『자신의 홍보를 위한 욕망 때문에 문학의가장 취약한 지점(표절이냐, 아니냐를 단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속성)을 공격한 술수』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 후엔테스의 동료작가 페르난도 베니테스는 『「다이애나」의 내용은 젊은 시절 후엔테스 자신의 체험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후엔테스를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되는 의견도 만만치않다.쿠바 태생의 작가 길레모 가브레라 인판테는 『내 감각으로 두 소설은 우연적인 일치가 아니다』며 『후엔테스는 나의 시나리오를 자신의 작품 「생일」에서그대로 차용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평론가인 세르지오 곤잘레스 로드리게스도 『50년대부터 후엔테스의 작품에 대해서는 주제나 기법에서 다른 작품을 너무 많이 모방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돼왔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前부인이자 작가인 엘레나 가로의 경우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가로는『나는 그가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그는 다만 별다른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아 이디어를 자신의것으로 채택했을 뿐』이라고 후엔테스의 창작습관이 문제의 소지는있지만 표절로는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후엔테스 자신은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할 가치가 없는 황당무계한 일』이라며 구체적인 반론을 펴지 않고 있다.멕시코 법원은내년중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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