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조금, 세금은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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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협의회는 611개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2007년 법인세 비용(손익계산서 기준)이 16조13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한 해 전 12조7200억원보다 3조4100억원(27%)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해당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50조1900억원에서 57조8400억원으로 15.2% 늘었다. 이익 증가율에 비해 법인세 부담 증가율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20.2%에서 지난해에는 21.8%로 1.6%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는 것은 이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 설비투자는 줄어 세금 공제를 많지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회사별로는 국민은행의 세금 부담액이 1조7560억원으로 가장 컸다. 한 해 전 9519억원에 비해 85%나 늘었다. 국민카드와 합병하면서 감면받았던 세금 4420억원을 이번에 추징당한 탓이었다. 2006년 법인세를 가장 많이 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법인세 부담이 852억원 준 데다 국민은행의 세액이 워낙 많이 늘어난 까닭에 2위로 내려앉았다. 포스코도 1조원 이상의 법인세 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SK텔레콤 등 모두 39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1000억원을 넘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법인세 부담이 5위로 뛰었고, 현대미포조선·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30위권에 포함되는 등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렸던 조선사들의 법인세 부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송재경 기업분석팀장은 “조선과 철강업을 중심으로 이익 규모가 커진 데다 설비투자가 한 해 전보다 2.5%나 줄어 관련 세액공제가 크게 줄면서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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