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후보 비방한 네티즌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비난하고 야당 후보들을 희화화한 합성 그림을 작성, 인터넷에 유포한 대학생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3일 자신의 사이트와 유머사이트 등 14개 인터넷 사이트에 인기 PC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전투장면을 담은 정지화면을 바꿔 "야 3당이 열린우리당 의원과 국회를 공격해 승리를 거두지만 결국 총선에서 국민에게 파괴된다"는 합성그림 70여장 등을 올려 유포한 혐의로 대학생 權모(21)씨를 긴급체포했다.

權씨는 또 야당 대표들이 총선에서 패배해 노숙자 신세가 된다는 만화 등을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權씨에게 적용된 법조항은 선거법 250조 2항의 허위사실 공표죄. 이는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방송.통신 등으로 그 후보자에게 불리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경찰은 "야당 대표들이 총선에 져 노숙자가 된다는 것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복원된다"는 점이 허위 사실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허위 사실을 다른 사이트에 올리고 다른 네티즌이 합성그림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해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權씨는 "신문 만평이나 TV 코미디 프로의 풍자 수준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權씨 긴급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각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치 풍자와 패러디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지금이 군사독재 시대냐'라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네티즌이 단순하게 자신의 견해를 표명한 그림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