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SM 들여오면 북 후방 창문까지 정밀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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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방위사업청은 F-15K 전투기 21대 추가 도입과 함께 장거리 공대지 정밀 유도무기로 재즘(JASSM)급 미사일 수백 발을 함께 들여온다고 발표했다. 재즘급 도입의 결정은 기존 모델인 ‘슬램-ER(SLAM-ER)’의 생산이 중단된 이유도 있지만 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관건이었다.

슬램-ER은 사정거리가 280㎞이지만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재즘 미사일은 기본형이 380㎞다. 추가 개발 중인 신형(JASSM-ER)은 사거리가 1000㎞로 늘어난다. 군 관계자는 “슬램-ER로는 유사시 개마고원 북쪽에 있는 북한의 주요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기가 곤란하다”며 “그러나 재즘 미사일은 중국 국경과 가까운 북한 미사일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사시 휴전선 남쪽의 우리 상공에서 재즘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 후방에 위치한 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 능력으론 유사시 중국 국경과 가까운 북한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려면 공군 전투기를 동원해야 한다”며 “중국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게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재즘 미사일은 사거리도 길지만 정확도가 2.4m로 정밀하다. 거의 창문을 맞히는 수준이다. 이 미사일은 발사 직후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항법장치(INS)를 활용해 자동으로 북한 미사일 기지 근처까지 날아간다. 미사일 기지가 수㎞로 가까워지면 미사일 앞쪽에 있는 적외선 카메라가 작동해 표적을 F-15K 조종석의 모니터로 보내 준다.

더구나 이 미사일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있는 데다 저고도로 날아 북한의 방공망에 걸리지도 않는다. 따라서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해 핵탄두를 장착한 스커드C 또는 노동미사일을 후방 기지에 배치할 경우 개전 초반에 재즘 미사일로 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전술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이렇듯 미사일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일대가 세계에서 미사일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월터 샤프 차기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미국 상원에서 북한이 8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남한만을 사정거리에 넣는 스커드B, C 미사일만도 500∼600발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유사시 재래식 폭약 또는 화학탄두를 장착한 스커드B, C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주요 군 시설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핵탄두까지 개발하면 남한에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유사시 북한의 남침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개전 초반 미사일을 최대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군 정보기관이 파악한 북한 내 핵심 표적은 미사일 기지, 지휘 시설, 레이더 기지, 통신 시설, 공군 기지 등 200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이 같은 작전 개념을 감안해 국산 현무미사일과 미국제 에이타킴스(ATACMS) 등을 유도탄 사령부에 배치해 놓은 상태다. 또 사거리 1500㎞급 순항미사일인 현무-3C도 개발 중이다. 순항미사일은 세종대왕함과 잠수함 등에 장착할 예정이다.

한국의 미사일 경쟁력은 그러나 주변 강국에 비하면 전술적 수준에 불과하다. 한반도에 국한돼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 사거리 1만1200㎞급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31A(DF-31A)를 실전 배치했다. 러시아도 강대국으로 복귀하기 위해 이동형 토폴-M 신형 ICBM을 개발했다. 일본은 인공위성과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는 간접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직접 발사한다는 것은 ICBM 개발 능력을 가진 수준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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