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서울 경쟁력은 식당·음식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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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광마케팅㈜의 구삼열 사장은 “관광객 유치에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최승식 기자]

“제가 요즘 국내외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e-메일을 엄청나게 받습니다. 서울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을 맡았다고 하니까 ‘이것만은 꼭 고쳐야 한다’는 조언이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서울의 식당 얘기를 빠뜨리지 않네요.”

서울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서울관광마케팅㈜의 초대 CEO 구삼열(67) 사장은 ‘음식과 식당’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30년 넘게 외국 생활을 한 그는 전 세계 식문화를 체험한 ‘식도락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둘째 딸 꽃샘(30)씨도 미국에서 전문 요리사를 거쳐 현재는 보스턴에서 영양학을 공부하고 있다.

구 사장은 19년간 유엔·로마·남유럽·북중동에서 AP통신사 특파원으로 일했고, 이후 17년 동안 유엔특별기획본부장 및 국제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일본 겸임 대표 등을 맡으며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서 살았다. 아리랑TV 사장(2003∼2006년)을 맡은 이후로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씨의 남편이자 지휘자 정명훈씨의 매형이기도 하다. 서울 중림동 한경빌딩 9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만나 서울시 관광마케팅의 복안을 물어봤다.

-서울관광마케팅은 어떤 회사인가.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같은 정책에 힘입어 서울의 관광자원은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창의적·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우리 일입니다. 한류·정보기술(IT)에 역사·자연환경은 물론 북한의 공연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울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특히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무엇보다 먼저 서울의 식당에서 외국어 소통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소규모 식당에 ‘메뉴 콘솔(menu console)’을 개발해 보급하려고 해요. 한·중·영·일 4개 국어로 음식의 재료·조리법·가격·유래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단말기죠. 내국인 손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구 사장은 사장 발령을 받은 지난달 14일 저녁 동네 삼겹살집에서 겪은 경험을 소개했다. “마침 하와이풍의 남방을 입은 터라 식당에 들어서면서 시험삼아 ‘헬로, 굿 이브닝’이라고 인사를 했죠. 그랬더니 식당에 있던 아주머니가 ‘어머머. 여보! 여기 이상한 사람 하나 왔어요’하고 주방을 향해 소리를 치더군요. 그러니까 주방 안에 있던 남편 왈, ‘적당히 해서 내보내’ 하더라고요. 결국 식사도 못하고 멋쩍게 나올 수밖에 없었죠.”)

-국내 식당들의 대외 경쟁력은.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반해서 서울에 온 일본인 지인이 저더러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을 맛볼 만한 식당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고 하더군요. 특급호텔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중식당·일식당은 전망 좋은 스카이라운지에 있고, 한식당은 지하에 조그맣게 있거나 아예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음식 먹으러 서울 오라’고 권할 수 있나요.”

-한식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대책은.

“한류 음식 콩쿠르를 열어 젊고 재능 있는 한식 조리사들을 적극 발굴하려고 합니다. 이들을 채용하는 국내외 한식당을 지원해 주고 외국에 홍보할 계획입니다. 외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한류 음식을 제대로 개발해 파는 식당도 적극 마케팅해 줘야죠.”

-급부상하는 중국인 관광객 시장에 대한 대책은.

“국내 여행사들끼리 과당경쟁을 하다 보니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한끼를 3000원에 맞추는 상황입니다. 이래선 중국인들이 외면합니다. 중국 부유층 해외여행자의 눈높이에 맞게 고급스러운 상품을 내놓아야 해요. 서울시가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는 연남동에 우리 회사가 중국인 전문 음식점을 열려고 합니다. 그냥 중국음식점이 아니라 쓰촨·광저우·상하이 등 지역별 중국 음식점이 서울에 있어야 해요.”

-서울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서울이 (우리를) 배려한다(Seoul Cares!)’는 느낌을 갖고서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관광객 유치 노력은 ‘시민운동’ 성격이 강합니다. 서울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절실합니다.”

글=성시윤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서울관광마케팅㈜=서울시와 대한항공·신라호텔·롯데관광·서울시관광협회 등 16개 관광 관련 업체 및 단체가 4대6의 비율로 자본금 106억원을 출자해 만든 주식회사. 서울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및 홍보 활동이 주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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