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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학교서 배운 환경교육 늘 실천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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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기도 성남시 숭신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환경 과목 시간에 직접 만든 ‘인디언 달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서울 화계중 1학년 박지민(14)군은 가족이 일회용 젓가락을 쓰려 하면 쇠 젓가락을 챙긴다. 자판기 음료를 뽑아 먹을 때도 머그컵을 갖다댄다. 박군이 이런 습관을 갖게 된 건 초등학교 때부터다. “초당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생님(김두림 교사·47)이 가르쳐주는 대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박군은 말했다. 환경 다큐멘터리를 찍는 PD가 되는 게 꿈인 박군은 “지금 다니는 학교에는 환경 과목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학교의 환경교육은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환경세대(에코제너레이션·eco-generation)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환경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중·고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돼도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이화여대 3학년 김시윤(21·여)씨도 그런 경우다. 김씨는 집에서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는다. 방에서 나올 땐 반드시 불을 끄고, 일회용 젓가락도 씻어서 또 쓴다. 우유 팩은 꼭 씻어 말린다. 어머니 조성구(50)씨는 “20년도 넘게 살림을 한 주부인 나도 귀찮아서 못 하는 일을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여고(경기도 성남시 숭신여고) 시절 환경 과목을 들으면서 생활 속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환경교육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지만 학교에서의 교육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석진 국제환경교육연구소장은 “시·도 교육감과 학교장, 학부모들이 의지만 있으면 환경 과목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 과목을 채택한 중학교는 13.4%(403개교), 고교는 29.8%(637개교)다.

◇진화하는 환경수업=경기도 성남시 숭신여고 2학년 교실. 김강석(34) 교사는 “인디언 달력에는 자연과 삶을 담을 수 있어요. 달 이름도 직접 정하는 거예요. 오존의 날 같은 환경기념일도 표시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월별로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넣어 보는 ‘인디언 달력 만들기’다.

학생들은 각자 나름대로 달마다 이름을 붙여 발표하기 시작했다. 한민정양은 “5월은 바다의 날(31일)이 있어서 ‘포세이돈을 기쁘게 해야 하는 달’로 정했어요. 6월은 사막화 방지의 날이 있어 ‘지구에 물 주는 달’이고요”라고 설명했다. 김아영양은 사람 손을 그린 달력을 들어 보였다. “12월은 ‘백만 명의 기적을 이룬 달’이에요.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난 뒤 100만 명이나 봉사를 갔으니까요.”

유리나양은 “(달력을 그리다가) 몰랐던 환경기념일도 알고 자연과 나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뱀눈으로 세상보기’ ‘물고기 잡이 게임’ 같은 수업도 있다.

◇교육 효과 높이려면=환경 과목은 성장 일변도 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한국환경교육학회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선택 과목으로 만들 것을 제안, 1995년 중·고교에 도입됐다. 각각 ‘환경’과 ‘생태와 환경’ 과목으로, 학교 사정에 따라 주당 1~4시간까지 편성한다. 부산은 중학교의 63.7%가 환경 과목을 채택하고 있다.

환경수업을 채택한 학교도 입시 중압감 때문에 내실 있는 수업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 과목을 선택했더라도 해당 시간에 입시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 환경 교과 대부분은 성적을 내지 않고 수행평가만 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은 놀아도 좋은 수업으로 인식한다.

안양 부흥고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황유경 교사는 “상급학교 진학을 우선시하면 환경교육은 밀려난다”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학생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며 환경 친화적 가치관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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