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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오만·독선은 콤플렉스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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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은 세상은 바꾸려고 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바꾸려 하지 않았다. 끝내 콤플렉스의 멍에를 떨치지 못한 것이다. 이 게 인간 노무현의 한계다.”

고려대 김호진 명예교수가 10일 출간 예정인 저서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에서 내린 평가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올 초 대통합민주신당의 당 쇄신위원장을 맡았던 원로 정치학자다.

대통령의 리더십 특성을 개인적 콤플렉스(열등감·강박관념)와 연결지어 분석한 김 교수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노무현의 콤플렉스는 그를 성취욕과 권력 의지에 불타는 아주 특별한 인간형으로 만들었고 결국 대권을 거머쥐게 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단기필마로 치열한 대권 싸움에 이겼다는 승부사적 우월감이 노무현을 오만과 독선의 올가미에 가뒀고, 특히 탄핵의 수모를 겪으며 치유하기 힘든 심리적 내상을 입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콤플렉스’의 증상으로 “통치권을 유린당한 수모감을 이기지 못해 걸핏하면 자제력을 잃고 흥분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대통령이 콤플렉스가 심하면 인사가 감성적 배타성을 띠고, 정권 자체가 집단 콤플렉스 증후군을 나타낸다. 여기에 ‘도덕적 우월의식’과 ‘이념적 편집증’이 더해지면 국정 운영이 외곬으로 치닫게 된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과거사 진상 규명 ▶기자실 폐쇄 등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한국의 최고권력자들은 예외 없이 콤플렉스와 씨름하며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의 콤플렉스로 ▶이승만=몰락한 왕족의 후예 ▶박정희=친일·좌익 ▶전두환·노태우=가난 ▶김영삼=부잣집 외아들 ▶김대중=서자(庶子) 등을 꼽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성장기의 주변부적 체험에서 비롯된 콤플렉스가 성취욕과 권력 의지를 싹트게 하지만 최고권력자가 된 이후에도 콤플렉스에 쫓기는 사람은 실패한 지도자가 된다”고 결론지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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