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기술 다른 국가에 이전 안 하면 …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의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한 등 핵 실험 실시 국가에 대한 재정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법안을 완화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글렌수정법’을 개정해 북핵 협상이 가속화될 길을 열었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들을 명시해 국무부의 대북 협상 재량권도 제한했다. 가능한 한 북핵 문제를 완벽하게 풀되, 해결되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또 하원 외교위는 이날 한국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지위(FMS)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및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3국 수준으로 격상하는 내용을 ‘무기수출통제법’ 개정안에 포함해 통과시켰다.

법안이 상하원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발효되면 미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해야 하는 한국의 무기 구매 기준액이 ^주요 무기는 현행 5000만 달러에서 7500만 달러 이상 ^일반 무기는 현행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 이상으로 각각 늘어난다. 또 최장 50일인 의회의 판매 승인 검토기간이 15일로 단축돼 한국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가 훨씬 쉬워진다. FMS는 다른 국가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할 경우 판매 가능한 기종과 액수를 지정하는 조치다.

외교위는 이날 개정한 ‘무기수출통제법’에서 북핵 신고가 원만하게 해결될 경우 플루토늄 제거 및 신고내용 검증 등의 예산을 미 에너지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금까지는 ‘글렌수정법’에 따라 북한 핵 프로그램 관련 비용은 국무부가 소규모로만 집행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에너지부가 북한의 핵 불능화에 따른 보상과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비용 등을 넉넉하게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법안은 미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려면 ‘북한이 시리아 등 다른 국가에 핵 기술을 더 이상 이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 대통령이 확인해야 하고,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핵 프로그램을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 행정부의 대북 보상 및 지원이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선 안 되고, 북한이 2005년 9월 베이징 합의 이후 핵 비보유국에 핵폭발 장치를 이전했거나 2006년10월 이후 핵실험을 추가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글렌수정법 유예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또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참관을 허용해야 한다’는 등의 조항도 추가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