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영입1순위에도"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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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이 KBS출신의 박성범(朴成範).이윤성(李允盛)씨에 이어 20일 SBS앵커 맹형규(孟亨奎)씨와 탤런트 이덕화(李德華)씨를 새조직책으로 확정했다.
이미 국민회의는 TV사회자 출신의 유재건(柳在乾).박경재(朴慶宰).신기남(辛基南)씨등 변호사와 탤런트 정한용(鄭漢溶)씨를영입했다.
각 정당들이 이처럼 내년 총선에서 정치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후보들을 내놓기위해 고심하고 있다.
여야 모두 활발한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고 과거에는 정치인력 충원대상으로는 뒷전에 밀려있던 특수계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본적으로 정치 또는 선거가 시대 변화를 담는장(場)이기 때문이다.
정당들의 외부인사 영입에도 유행이 있다.시대상황에 따라 주력「상품」이 달라진다.
우선 현재의 국회가 지난 11대때 골격이 짜인 국회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14대 의원중 10대 이전 등원한 사람은 5대국회때 등원한 홍영기(洪英基)민주당 공동대표등 20명에 불과하다. 현 국회의 기본이 된 11대 국회는 신군부 등장에 따라 軍출신 인사가 득세한게 가장 큰 특징이다.민정당(民正黨)에만 육사등 사관학교를 나온 軍출신 인사가 23명에 이르렀다.이들은국민의 요망이 아닌 권력자의 필요에 의해 차출됐다.
야당은 현역의원이 17명만 빼고 모두 정치규제에 묶임에 따라의원 보좌관들이 대타(代打)로 출전했다.이기택(李基澤)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관용(朴寬用)前의원등이 이때 등원했다.
12대 국회는 정치 해금(解禁)에 따라 직업정치인 출신이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 국회다.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한 반감이 유세장에서 폭발하면서 전체 의원중 직업정치인의 비율이 67%(1백27명)로 높아졌다.양金세력,이철승(李哲承)씨 계 열등이 이때의 수혜계층이다.
정당들이 정치소비자들의 기호를 구체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13대 국회부터다.여권은 기업인.경제관료등을 대거 등용했다.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경제테크노크라트 출신도 당당히 한몫을 차지하기 시작했다.13대 국회의 여당경제통은 박태준(朴泰俊).나웅배(羅雄培).이상득(李相得)씨등 13명에 달한다.
반면 야권은 6.29이후의 민주화 열풍속에 재야 인사를 대거영입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끌던 당시 통일민주당도 김광일(金光一)現고충처리위원장등 재야 인사를 다수 공천했지만 가장재미를 본 것은 평민당이다.김대중(金大中)총재 는 이상수(李相洙).임채정(林采正)씨등 재야 인사를 무려 20명이상 공천했고이중 박석무(朴錫武)의원등 15명을 건졌다.
14대 국회는 13대 국회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다만 야당도 김원길(金元吉)前대한전선부사장.박태영(朴泰榮)前교보부사장등경제전문가를 공천하기 시작한 것이 특징.여권은 3당합당의 후유증으로 내부 물갈이의 정도가 약했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나타나는 변화는 전문가그룹.방송인.여성등이 대거 등장할 것같다는 점이다.여야의 양상이 비슷하다.
특히 TV매체의 위력을 감안한 방송계쪽의 대거공천은「정치의 경량화(輕量化)」논쟁을 부를 정도다.소비자격인 유권자들이 정당들의 이러한 변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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