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신흥시장"에 투자몰려 다시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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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멕시코 페소貨 폭락사태가 벌어진 지 꼭 9개월만에 세계의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은 이제 제모습을 찾아 가고 있다.전문투자가들의 발길이 다시 남미.아시아.동유럽 등지의 주식.채권시장으로쏠리고 있다.
멕시코도 지금은 페소화가치가 안정됐으며 증시는 오름세다.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경우 불안요인이 없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이곳의 주가를 지난 3월이후 20%나 올려 놓았다.아시아지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펀드매니저들중 과감한 사람들은 남아프리카나 인도는 물론 위험도가 매우 높은 불가리아.러시아 채권에도 투자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투자자들과 신흥시장간의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그동안 투자자들과 신흥국가 양측은 모두 상당히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이자율이 이들 신흥시장 투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미국의 이자율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해외로 나선다.90~93년까지가 그랬다.이 기간중에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돈이 중남 미.아시아,그리고 동유럽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의 이자율이 높아지면 해외투자자금은 다시 미국으로환류(還流)한다.바로 지난해에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신흥시장에들어갔던 주식및 채권자금이 빠져 나온 것이다.
요즘 미국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바람에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미국 재무부 장기채권의 수익률은 현재 6.5%선인데 이것은 아르헨티나에서 챙길 수 있는 17%와비교할 때 하찮은 수준이다.이같은 수익률 차이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매력적인 시장으로만든다. 『미국 장기채권 수익률이 7% 아래를 밑도는 한 이머징마켓에 투자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이사벨 살츠만(스티븐&클라크 투자사 포트폴리오 매니저)은 말한다.지금은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ING 자회사가 된 베어링증권의 올해 신흥시장 투자 규모는 2백50억달러에 이르며,그 대부분이 하반기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된다.
한편 신흥국가들중에는 멕시코 금융위기에 영향받아 해외투자자금에 대한 규제를 가하려는 나라도 있다.이들은 해외자금이 자국의경제성장에 꼭 필요한 것인 줄 알고 있지만 그 돈이 빠져 나갈때 빚어지는 경제혼란을 더 걱정하고 있다.
아시아국가나 칠레등의 경우 외국자금 유입을 막아도 높은 국내저축률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남미국가들과 같이 저축률은 낮고 외채가 많은 나라들이 외국자금 유입을 규제하면 성장이 타격받는다.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은 해외 직접투자를 끌어들이는 일이다.외국기업들의 공장을 유치하고 기업합작과 인수.합병등을 적극 허용하는 것이다.
남미에 비해 아시아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직접투자를 유치하고있으며,동유럽도 아시아국가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버나드 위소스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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