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여성임원 순수 전문경영인 5명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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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재계의 별」로 불리는 기업체 임원중에 여성은 몇명이나 될까.19일 中央日報가 30대그룹의 여성임원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이사급이상의 상근 여성임원은 모두 11명이었다.이들 가운데 그룹 총수의 친인척 4명과 종합병원의 이사급 간호 사 2명을 제외하고 나면 순수한 여성전문경영인은 불과 5명이었다.
〈표참조〉 비록 웬만한 중소기업 한곳의 임원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여성승진의 어려움을 딛고 실력을 통해 남성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여성임원들의 당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현업에서 뛰고 있는 여성전문경영인 5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저마다 어학.영업등 업무능력에 있어 같은 직장내 남성동료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임춘자(林春子.53)이사보와 태평양화학의 이보섭(李燮.53)이사대우는 고졸출신으로 학력의 장벽마저 뛰어넘어 당당히 임원이 된 입지전적인 여성들.
30대그룹을 통틀어 경영층에 오른 여성 전문경영인 1호는 태평양화학의 이보섭씨.
65년 고졸공채 미용(美容)사원으로 입사해 26년만인 지난 91년 이사보로 승진,현재 소비자상담실장겸 화장품사업부인 미엔나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李씨는 태평양에서 결혼후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최초의 여성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불만을 갖고 찾아온 소비자를 영원한 고객으로 만드는게 나의 일』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제약업체 전무인 남편과 두아들을 둔 주부다.
삼성생명의 임춘자이사보는 보험세일즈우먼 30년만에 이사급으로승진한 억척여성.
64년 보험모집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뎌 94년 삼성생명 대전영업국장겸 이사보가 된 林씨는 71,72년 회사에서 전국 최고의 보험약정고를 올린 모집인에게 주는 「연도 상여왕(賞與王)」을 연거푸 수상한 기록을 갖고 있다.
李이사대우.林이사보와 비교할때 나머지 3명의 여성경영인들은 고학력과 화려한 입사전 경력을 지녔다.
올 1월 임원으로 승진한 이은정(李銀庭.31)한라그룹 비서실이사는 30대그룹 11명의 여성임원을 통틀어 최연소 임원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다시 미국에서 고교.대학을 졸업한 경력이 말해주듯 李씨는 영어.불어.일어에 능통하며 정인영(鄭仁永)그룹회장의 영문연설을 도맡아 처리하고 鄭회장의 해외출장스케줄을 조정한다.
아웅산사건때 숨진 이기욱(李基旭)前재무차관의 3녀중 맏딸로 91년 대리로 입사한 뒤 3년여만에 임원이 되는 고속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권애자(權愛子.52)이사는 이 회사의 여성공채1호(66년)로 69년 결혼과 함께 퇴사했다가 15년만에 신입사원으로 재입사해 불과 10년만에 이사가 되는 색다른 경력을 갖고있다. 경기여중.여고,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입사동기중엔 김정국 현대중공업사장등 사장급도 여러명이다.
업종의 특성상 남성적인 면이 강한 현대건설에서 權이사가 맡고있는 업무는 구내식당.사내 스포츠클럽.의무실등 복리후생부문으로『부서와 조직간에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그녀의 소신.
이선재(李先在.49)금강개발 이사는 대학에서 행정직으로 있다93년 이 회사가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의 문화사업담당 임원으로 특채된 케이스.
67~93년까지 세종대학 재직중 총장비서실장.학생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백화점 부설 문화센터.미술관.공연장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林峯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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