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즐기는 대통령 … ‘스포츠 프렌들리’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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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명박 대통령이 태릉선수촌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박태환 선수<右>를 비롯한 수영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오전 태릉선수촌을 방문,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강화 훈련 중인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선수촌을 찾은 이 대통령은 이에리사 선수촌장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은 뒤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이 우울해하는데, 여러분이 좋은 성적을 거둬주면 국민들 사기가 충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장미란 선수 팬”이라고 소개한 이 대통령은 “옛날 우리 복싱 선수들이 잘했는데 덜 맞으려고 하니까 안 된다” “양궁 코치가 사격 코치를 하면 (사격도) 잘될 것 같은데”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엔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선수촌 구내식당에서 선수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이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을 관계자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과 체육계의 인연=이 대통령은 현대그룹 재직 시절이던 1981~92년 대한수영연맹과 아시아수영연맹 회장 및 세계수영연맹 집행위원을 지냈다. 수영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날 선수촌에서도 맨 먼저 수영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올림픽 금메달 기대주 박태환 선수에게 “열심히 하라. 선수는 잡념이 없어야 한다”며 “아마추어 선수인 만큼 주위에서도 잘 관리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영계와 인연을 소개한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피나는 노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수영이나 육상에서 금메달이 나오면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니스 동호인인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6년 ‘황제 테니스’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대다수 스포츠인은 이 대통령의 스포츠에 대한 애정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난 대선과 대통령직 인수위 때 스포츠 관련 정책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선수촌 방문이 정부의 ‘스포츠-프렌들리’ 정책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스포츠=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전 전 대통령은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출정식 참석을 시작으로 재임 기간 중 수시로 선수촌을 방문했다. 방문이 잦아 선수촌 내에 대통령 전용 방이 있을 정도였다. 국제대회 입상자를 으레 청와대로 초청했고, 대부분 대기업 회장인 종목별 경기단체장들을 자주 청와대로 불러 애로사항을 듣고 지시를 내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스포츠에 큰 족적을 남겼다. 66년 태릉선수촌을 설립했고 전국체전을 활성화하는 등 한국 체육 발전의 디딤돌을 놓았다. 대한체육회장과 체육부 장관을 거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깊었지만 직접 즐겼던 테니스 외에는 큰 관심을 표시하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조깅·배드민턴 등을 즐겼지만 체육 정책에는 무관심했고, 체육부를 문화부에 흡수시켜 체육인들의 원성을 샀다.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스포츠 홀대는 김대중 정부까지 이어져 정부 부처 명칭에서 ‘체육’이란 단어가 아예 빠졌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 차례씩 선수촌을 방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두 차례 태릉선수촌을 찾았지만 체육에 대한 전반적인 기조는 전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 등과 가끔 골프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장혜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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