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댄‘맞수’] 보수 vs 진보 여성운동가 … 같은 비례 11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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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엔 41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입성한다. 법조인·기업인·군인·간호사 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녔다. 여성운동에 몰두해 온 인사들도 있다. 한나라당 김금래(56) 당선인과 통합민주당 김상희(54) 당선인이다.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여성운동을 이끌어온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여성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며 정치권에 입문했고, 똑같은 비례대표 11번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화여대 동문이기도 하다. 사회학과 출신인 김금래 당선인이 약대 출신인 김상희 당선인보다 두 해 선배다.

그러나 보수·진보 여성운동의 갈래가 달랐듯 정치권에 들어온 길도 갈렸다.

김금래 당선인의 경우 30년 가까이 보수 진영의 여성운동을 주도해 왔다. 1983년 ‘여성의 전화’를 창립한 멤버다. 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후 2001년 한나라당에 입당해 여성국장으로 일했다.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여성본부장을 맡았다.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여성팀장으로 김윤옥 여사를 보좌했다.

그는 “정책을 입법하는 자리에 여성이 부족해 여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권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김상희 당선인은 진보 여성단체인 여성민우회 대표 출신이다. 약사 출신으로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여성운동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여성민우회 대표를 맡은 97년부터는 아예 전업 시민운동가로 나섰다. 환경부 민간환경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환경운동에도 관여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때 시민단체 몫의 최고위원을 맡으면서 정치권에 들어왔다. 노무현 정부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도 지냈다. 김상희 당선인은 “개혁 세력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성운동가로 일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에 따라 18대 국회에 임하는 자세도 달랐다.

김금래 당선인은 보건복지위나 문화관광위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그는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전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가정 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당선인은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길 바라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에서다. 당의 대운하 백지화 추진위원장을 맡은 그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대운하를 저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김금래 당선인이 한나라당 여성국장이던 시절 여성정치할당제와 관련한 대외활동을 함께 펼친 적이 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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