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 끝나나 … 5월 증시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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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던 세계 금리 흐름이 바뀌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조정 여부에 세계 증시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이후 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5.25%에서 2.25%로 3%포인트 낮췄다. 2005년 2월 2.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월가는 이 같은 금리 인하 정책이 5월 들어 종착역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금리를 줄곧 5%로 동결해온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에는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금리 흐름이 반전할 기미를 보이자 국제 원자재 및 금융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금리 흐름이 바뀌면=미국이 금리를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면 달러화 약세도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원은 “그동안 국제 원자재값 급등은 약세 달러를 피해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간 투기자본이 부추긴 측면이 컸다”며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자재값도 안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미 FOMC를 하루 앞두고 국제 유가와 금·곡물 값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원자재값이 안정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돼 미국 소비자의 호주머니 사정도 호전될 수 있다. 원자재값 안정은 그동안 물가 때문에 금리를 낮출 수 없다고 버텨온 한은의 입지를 약화시킨다. 여기다 국내 경기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도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원화 환율은 오름세를 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가 다시 1000원대로 올라섰다.

◇증시에 미칠 영향은=원화 환율이 오른다면 수출주가 직접적인 혜택을 본다. 우리투자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환율 수혜를 입을 대표적인 종목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 수혜주가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과거 한은이 금리를 낮춘 건 2001, 2003, 2004년 세 차례였다”며 “금리 인하 후 오른 업종은 건설·금융·운수장비였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업종은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가 동시에 나온 2003년과 2004년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보험업도 금리가 떨어질수록 실적이 좋아진다. 펀드시장도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자재 펀드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덩달아 자원부국에 투자하는 펀드도 관심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은 변수는=FOMC가 금리 인하 정책을 중단하자면 경기가 바닥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표로 확인돼야 한다. 이 때문에 FOMC의 금리 결정 전후 잇따라 나올 미국 경기지표가 중요하다. 경기가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 증시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에선 갈수록 쌓이고 있는 프로그램 매물이 부담이다. 선물보다 현물이 쌀 때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게 프로그램 매수차익 거래다. 뒤집어 말하면 현물 주가가 올라 선물 가격과 같아지면 팔자로 쏟아질 물량이 그만큼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지수가 1800선에 이르자 주식형 펀드에서 슬슬 돈이 빠지고 있는 것도 증시 수급에는 악재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지수가 반등할 때 현금 비중을 늘려 놓는 것도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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