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여>대기업 필기시험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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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필기시험을 폐지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데 그중 무엇보다도 대학고유의 기능을 회복시켜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필기시험에는 언제나 전공시험이 포함돼 있어 학생들로 하여금 학과공부에 매달리게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 공부는 졸업 후 취업이라는 목적을 위한 맹목적이며강제성을 띤 것에 지나지 않았다.학문을 탐구하는데 대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을 갖기위한 형식적인 암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창의성이나 개성을 발휘하기보다는 미리 만들어 놓은 틀 속에 자신을 끼워맞추는 획일적인 대학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필기시험이 갑자기 폐지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은 당분간불가피하다.그동안 꾸준히 시험준비를 한 많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것은 분명하니까.
하지만 대학에서의 진리탐구나 인격함양과 같은 대학 본연의 기능과 의미들이 새롭게 인식된다는 점에서 나는 필기시험 폐지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더구나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한데 어우른 종합적인 인성검사로입사시험이 대체되면서 단순히 영어단어 몇개 더 외우는 것보다 창의적이고 진지한 생활자세를 연마할 수 있게 됐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대학생들이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허병민〈20.경희대 경제학과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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