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다녀오다 콧물만 달고 오다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 서울 근교의 놀이동산으로 나들이를 다녀온 김현정 씨(39세)는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차 안이 무더운 듯 해 이동하는 내내 에어컨을 틀었는데 집에 돌아온 후 아들 지민이(6세)가 콧물을 훌쩍이기 시작한 것. 처음에는 오랜만의 외출이 힘들어서 감기에 걸렸나 싶었다. 하지만 엊그제 유치원을 다녀오는 중에 흩날리는 하얀 꽃가루를 보고 아뿔싸 싶었다.

"평소 지민이가 알레르기 체질인 데다 잦은 감기와 비염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특히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콧물에 재채기여서 지난여름에도 에어컨을 거의 끄다시피 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이상고온 현상이 있어서 벌써부터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 돼요."

더구나 요즘 한창 떠다니는 하얀 꽃가루를 보니 김현정 씨의 고민은 이만저만 아니다.

알레르기 증상일까, 속열 때문일까
함소아한의원 조성호 원장은 "꽃가루나 에어콘 찬바람 때문에 나타나는 콧물이나 코막힘, 가려움증, 재채기 등은 알레르기 증상일 수 있다. 단순한 알레르기일 경우 원인 물질이 사라지면 증상이 줄어들긴 하지만 평소 폐가 건조하거나 몸속에 열이 많이 쌓인 아이라면 보통 아이들보다 찬바람이나 꽃가루 때문에 호흡기가 상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지민이의 경우처럼 자동차 에어컨은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을 부추긴다. 또 밖의 더운 날씨와 차내의 시원한 공기의 온도차가 피부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나쁜 기운(사기,邪氣)이 피부로 쉽게 들어가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조성호 원장은 "한의학에서 봄은 성장의 계절이라 보는데 새싹이 나고 가지가 위로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도 상승의 기운이 강해 성장하는 것"이며 "인위적으로 찬바람을 맞으면 몸 안으로 기(氣)가 응축되어 상승하려는 봄의 기운과 상충하여 아이가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차 에어컨, 지금 켠다면 환기에 신경 써야
차내 에어컨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차 안 온도를 22~25℃로 유지하고 최소 20~30분에 한 번씩은 환기를 시켜야 한다. 조수석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향을 위 아래로 맞추어도 바람이 피부에 직접 와 닿기 때문에 카시트가 필요 없는 아이라도 반드시 뒷자석에 앉힌다. 간혹 아이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가운데 턱이 있는 좌석 사이에 앉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삼가야 할 것. 찬바람이 피부에 맞닿을 수 있기 때문에 얇은 긴소매 옷을 하나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차내 장착된 필터는 에어컨뿐 아니라 히터 등을 틀었을 때 밖과 안의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로 세균이나 이물질 등이 쌓이는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반적으로 주행거리가 10,000~15,000km 정도가 되면 여름이 되기 전 에어컨 필터를 교환해주는 게 좋다.

가끔 재채기를 하며 콧물을 훌쩍거리는 아이, 자꾸 눈을 비비고 코로 손이 가는 아이, 콧물.코막힘의 증상이 계속되는 아이, 누런 콧물을 달고 사는 아이, 여전히 잦은 코감기에 시달리는 아이라면 가급적 차 에어컨보다는 창문을 열어 자연 바람을 쐬게 하는 것이 낫다.

꽃가루 심한 날 장시간 나들이는 삼가야
봄의 불청객 중 하나인 꽃가루는 비염이나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 5월에는 소나무가 만드는 꽃가루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가장 높다. 이외에도 자작나무, 사시나무, 참나무 등의 꽃가루가 기승을 부린다. 꽃가루로 인한 대표적인 증상은 재채기가 심하게 나고 맑은 콧물이 흐르는 것이다. 눈이나 코 안이 가렵기도 하고 코가 막히기도 한다. 오전에 증상이 잘 나타나는 편이며 날씨가 건조할수록 심해진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오전 10시 이전 외출을 삼가고 낮 동안 장시간의 나들이도 피하는 것이 좋다. 보습제나 자외선차단제 등은 잘 스며들도록 적당히 바른다. 번들거릴 정도로 많이 바르면 끈적거림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꽃가루가 잘 달라붙기 때문이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손, 발, 얼굴을 씻긴다. 가정에서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활짝 열기 힘들 때에는 공기청정기 등으로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중력, 학습 능력에도 영향, 취학 전 치료
한방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만성 비염, 소아 비염, 잦은 코감기 등을 어떻게 치료할까. 한방치료의 특징은 단순히 재채기나 콧물 등 증상치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의 상태를 보며 면역을 높이는 다양한 치료를 함께 한다.

함소아한의원의 임영권 원장은 “비염이나 축농증, 잦은 코감기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자꾸 손이 코로 가고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집중력이나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급적 어릴 때 치료를 해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대표적으로 금은화, 방풍, 천궁 등이 들어간 한약재로 된 탕약을 처방하여 코에 뭉쳐 있는 기혈을 풀어줘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침 치료는 코를 통과하는 경혈에 침을 놓아 경락 기혈의 흐름을 개선한다는 원리다. 일반침은 아이들이 무서워하므로 요즘에는 레이저침이나 피부침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약재의 향기를 흡입하는 훈증요법이나 황련 등이 들어간 세정수로 코 안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법도 한방치료법 중 하나이다. 호흡기의 면역 강화를 위해서는 폐가 건조한 아이에겐 채내 진액(수분)을 보충해주는 탕약을 처방하고 폐에 열이 많은 아이에게는 열을 내려주는 탕약을 처방한다. 이외에도 균형이 깨진 오장을 치료해 면역력을 높이기도 한다.

조인스닷컴 이승철(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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