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성문제 매듭푼 북경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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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일 폐막된 제4차 베이징(北京)유엔세계여성회의는 지구촌의절반을 차지하면서도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모든 방면에서 억압받고 시달려온 여성들을 위해 「평등.평화.발전」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대책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크다.특 히 여성문제를다룬 이제까지 여러차례의 국제회의들이 국제정치의 구도나 국가간의 이해에 얽혀 문제의 핵심에는 제대로 접근조차 못한채 끝났음을 감안할 때 이번 회의가 거둔 가시적(可視的)성과는 인류여성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 하다.
정부간회의(GO)가 주도해온 다른 회의때와는 달리 민간(NGO)여성들의 목소리가 드높았고,그들의 목소리가 「행동강령」채택에도 크게 반영된 사실이 이번 대회의 중요한 특징이다.「행동강령」과 「베이징 선언」은 빈곤.교육.경제.정책결정 등 해묵은 문제와 함께 보건.폭력.여자어린이문제등 절실한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위안부문제와 관련,일본정부에 대한 국가차원의 법적 배상및 진상규명등 강력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도 우리 입장에선큰 성과다.
무엇 보다 베이징회의가 21세기 여성의 행동규범이 될 「행동강령」을 일과성(一過性)선언에 그치지 않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상호감시로써 각국의 여성정책과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 것은 미래의 여성문제 해결에 구심점 역할을 할 것 이다.
그러나 세계여성의 문제가 이번 베이징 회의로서 말끔하게 해결됐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인권.평등의 문제는 선진국에 치우쳤고,경제상황개선문제에서 개발도상국이 소외됐다는 등의 불만이 그것이다.또한 「행동강령」의 이행을 위한 재원확보문 제도 국제적차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한다고만 돼있을뿐 구체적 방법은 명시하지못한채 미래의 과제로 남겨졌다.
그런 점에서 베이징회의는 여성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셈이다.그 실마리는 이제 첫 매듭이 풀어졌고,단계적으로 다음 매듭들을 풀어가는 지구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우리 정부.우리 국민도 예외일 수 없다.여러가지 측면에서 선 진국들에 비해훨씬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우리 여성들을 위해 베이징회의의 결정사항은 하나의 귀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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