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진행돼야 연하(嚥下) 곤란 나타나=석 달 전부터 식사 때마다 목에 뭔가 걸린 듯했던 A씨(68·남). ‘나이 들면 음식 삼키기도 힘들어지나보다’며 지나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는 데다 체중도 3㎏이나 줄어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간단한 진찰과 내시경 검사를 한 뒤 식도 중간 부위에 암 덩어리가 꽤 많이 자랐다고 설명했다.
식도암은 A씨처럼 음식 삼키기 힘든 증상(연하 곤란)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환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딱딱한 음식을 멀리하고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다. 또 식사 중 물 마시는 일도 부쩍 는다. 모두 음식을 쉽게 넘기기 위함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은 암세포가 한참 자란 이후에 나타난다는 점. 실제 식도암은 국내에서 매년 1500~2000명의 환자가 발생하지만 수술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600명에 불과하다. 환자 3명 중 2명 이상은 완치를 포기해야 하는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셈이다.
물론 연하 곤란이 있다고 모두 식도암은 아니다. 실제 위의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 오는 위식도 역류증이나 신경이 예민한 환자도 연하 곤란 증상으로 고생한다.
◇중년 이후 흡연자는 매년 내시경 검사를=식도암은 주로 50~70대, 특히 흡연 남성에게서 빈발한다. 실제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식도암 발생률이 8~10배나 높다. 만일 흡연과 함께 음주도 즐긴다면 발생 위험은 배가 된다. 위식도 역류 질환 같은 식도 염증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예컨대 위식도 역류질환 땐 강산인 위의 음식물이 식도로 거꾸로 들어가면서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또 뜨거운 음식물, 강한 자극성 음식 등도 모두 식도암 위험인자다. <표 참조>
해부학적으로 식도는 위장·소장·대장 등 다른 소화기관과 달리 장막이 없고 림프절은 많아 일단 암 세포가 발생하면 간·폐·뼈·부신 등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퍼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식도암은 별반 증상이 없는 초기에 우연히 암세포를 발견해 치료받는 게 좋다. 진단은 내시경 검사로 암이 의심되는 부위가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확진할 수 있다. 중년 이후, 특히 흡연자는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초기엔 수술로 완치 가능=일단 식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치료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항암치료·방사선 치료가 보조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만일 아주 초기에 발견해 암세포가 점막에만 국한돼 있을 땐 내시경을 통해 암을 제거해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심영목 교수팀은 1994년 개원 이래 2006년까지 13년간 식도암 수술을 받은 808명의 5년 후 생존율을 발표했다.환자는 대부분 남자였으며(94.4%) 평균연령은 63세(28~90세)였다. 수술 후 생존기간은 70개월로 나타났다. 특히 1기인 경우 생존율은 80.2%인 반면 4기는 17.8%에 불과할 정도로 진단과 치료 시기가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하지만 1기에 수술을 받은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했다.표>
치료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암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식도암 예방은 금연을 비롯, 암 발생 위험인자를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데 있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심영목 교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