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인공강우 다섯 차례 중국 ‘3대 지뢰’ 제거 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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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일 빗물이 흥건한 천안문 광장 거리를 뛰고 있는 마라톤 선수들. 선수들은 “베이징의 대기 오염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지만 이것은 인공강우의 결과였다. 뒤로 천안문이 보인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지난 20일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코스에서 열린 ‘굿럭 베이징 마라톤’에 출전한 이봉주(37·삼성전자) 등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비가 와서 그런지 베이징의 대기 오염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뛸 만하다”는 것이었다. 42.195㎞ 풀 코스를 뛰고도 괜찮을 정도로 베이징의 대기 오염 상태가 갑자기 좋아진 비결은 이미 베이징에 인공강우 시스템이 본격 가동됐기 때문이다. 베이징시 기상국 관계자는 28일 “3월 말부터 모두 다섯 차례 인공강우를 실시했다”고 털어놓았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이제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 정부와 베이징 시 당국은 3대 악재로 꼽히는 ‘대기 오염’ ‘식품 안전’ ‘인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티베트 사태에 대해 강경 일변도였던 태도도 누그러졌다. ‘올림픽을 잘 치러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 다른 목소리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베이징 공기 대청소=‘봄비는 기름보다 귀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 북부 지역의 봄철 가뭄은 악명이 높다. 그러나 올봄에는 잇따라 장대비가 쏟아졌다. 기상국의 양푸후이 주임은 “3월 20·28일, 4월 17(두 차례)·20일에 인공강우를 실시했다”며 “인공강우에 유리한 기상 조건만 되면 (앞으로도) 언제든지 인공강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중국국제항공 승무원 장룬메이(24)는 “올 4월에는 허베이 평원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맑은 날이 많았다”고 했다. 장기 유학생들도 “이렇게 쾌청한 베이징의 4월 날씨는 처음”이라고 감탄한다. 베이징대 환경·엔지니어학원 주퉁 교수는 “인공강우가 대기 중 오염물질을 씻어 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양 주임은 “인공강우로 대기 오염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이제 우리의 주 관심사는 경기 당일 비가 안 오게 하는 인공 감우(減雨)”라고 강조했다. 인공강우 외에도 베이징 시 당국은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공장을 폐쇄한 뒤 이전시키거나 올림픽 기간에 가동을 중지하는 극약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

28일 오전 베이징 서부 스징산구 징산로 서우두 강철공장. 인적이 끊긴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핵심 시설이 허베이성으로 이전되면서 폐쇄됐다. 주민 후젠민(34)은 “공장과 함께 옮겨가지 않은 직공들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자영업을 하거나 서비스 업종에 취직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시 당국은 최근 21개 오염 배출 업체·건설현장에 대해 7월 20일까지 폐쇄 또는 임시 조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두사오중 베이징시 환경보호국 부국장은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도 오염 배출을 30% 감축해야 하고 미달하면 생산을 줄여야 한다” 고 말했다.

◇식품 안전에 총력=“먹거리를 미국에서 직접 공수하겠다”고 했던 미국선수단이 방침을 철회하긴 했지만 중국의 식품 안전 상태를 못 믿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오후,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베이징 동부 차오양구의 한 훠궈(중국 전통 샤브샤브)음식점. 육수가 완전 밀봉된 상태로 나왔다. 육수 국물을 재탕 삼탕 손님 식탁에 올린다는 소문을 의식한 대책이었다. 매니저 두지청은 “올림픽을 앞두고 위생 감독이 강화돼 밀봉 용기에 육수를 담도록 했다”고 말했다. 식사하는 동안 종업원은 뜨거운 물수건을 네 차례나 바꿔 줬다.

리창장 국가질량감독검사총국 국장은 “올림픽 기간에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를 망신시키는 일”이라며 “식품 안전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가공식품 위생과 포장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식품 공장에 24시간 감시원을 배치해 가공 공정 전반을 관리할 계획이다.

◇티베트 문제 봉합 안간힘=티베트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애국심이 얽히면서 갈등의 불씨는 계속 살아 있다. 그러나 25일 중국 당국이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화하기로 하는 등 유화책을 찾으면서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사태 무마를 위해 특사를 파견하자 중국에서도 과도한 민족주의는 국제사회의 견제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길이 짙다. 연세대 한석희(중국외교) 교수는 “티베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올림픽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티베트 이슈가 과열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중국 정부의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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