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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홈뉴패밀리>11.낮밤 바뀐 올빼미 아빠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모 회사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李모(35.인천시연수구동춘동)씨는 해가 중천에 뜬 오후 1시쯤 국민학교 1학년인 아들(7)로부터 이같은 인사를 받는다.
그때쯤 잠에서 깨 부스스한 李씨에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의 첫 인사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자명종인 셈이다.
李씨는 일주일에 세번씩 야근을 한다.저녁에 출근해 밤샘 근무를 한뒤 다음날 새벽 5시쯤 퇴근한다.
이러다보니 李씨의 라이프사이클은 일반인과는 정반대다.남이 퇴근할 때 출근하고 다른 사람들이 일할 낮에 그는 집에서 쉰다.
자연히 가정생활도 불편한 점이 많다.식구들이 오붓하게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 것은 평일에는 생각할 수도 없고,아내와의 대화시간도 현저하게 줄었다.아이들은 낮에 집에서 잠만 자는 아빠가항상 못마땅하다는 태도다.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 이제 야간에 근무하는 것이 새롭지 않은 시대다.당연히 아버지가 밤에 일하고 낮에 집에 있는 뉴홈이 느는 것도 이 시대의 풍속도다.
가장인 남편이 야근을 하면 가장 힘이 드는 쪽은 아내다.金모(39.서울성북구정릉4동)씨는 모 조간신문사 편집부 기자.그는아내.두 아들과 함께 부모를 모시고 산다.
그 역시 1주일에 세번은 야근을 한다.저녁에 출근,밤새 국내외에서 들어오는 뉴스를 편집하고 다음날 새벽에 퇴근한다.
金씨가 야근을 한 다음날은 아내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날이다.
도무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金씨가 새벽에 퇴근하고 들어올 때 아내는 잠을 깬다.이후 다시 잠을 청하지만 곧 일어나야한다.시부모아침준비와 두 아들 도시락을 챙겨야하 기 때문.
아침시간이 지나고 짬을 내 눈을 붙이기도 어렵다.시부모가 계시는데 마음 편히 부족한 잠을 청한다는 게 쉽지 않다.물론 이때 金씨는 한창 꿈나라에 빠져 있는 상태.
金씨 아내는 이같은 피로가 겹치자 한때 코피를 흘리기도 해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까지 했다.
아버지가 낮에 집에 있는 것에 대해 자녀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도 부모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오퍼상을 하는 崔모(33.경기도 일산)씨는 사무실이 집이다.
당연히 집에서 하루종일 컴퓨터와 팩스를 붙잡고 보낼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큰딸(6)로부터 『왜 아빠는 다른 애들 아빠처럼 밖에 안나가고 집에만 계시느냐』는 질문을 받고 뒷머리만 긁적거린 경험이 있다.
대부분 아침에 집에서 나가 저녁에 귀가하는 친구들의 아빠와 달리 자신의 아빠는 매일 집에 있으니 아이가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 박성연(朴性姸.48)교수는 『아버지가 밤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여건을 자녀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이해시킴으로써 자녀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곤하다고 낮에 잠만 자지 말고 가급적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고,아내와는 의도적으로 가정일에 관해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 밤에 일을 하다보면 자칫 생길 수 있는 가정과의 단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鍾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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