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지프 나이 美국방차관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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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한반도 평화정착에서 한국정부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는게 미국의 기본입장이다.한반도의 평화정착방안으로 「2+2방식」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6일 서울을 방문 한 조지프 나이 美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가 본지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입장을 명쾌하게 밝혔다.클린턴행정부 출범이후 2년간 국방부에서 일해온 나이 차관보는 하버드大 교수출신의 정치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최근 「 미국이 동아시아지역에 보다 깊숙이 간여할 것」이라는 내용의 원고를 미국의 유력 시사학술지인 포린 어페어스誌에 기고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을 방문하기 전에 도쿄(東京)도 방문한 것으로 안다.이번에 동아시아 지역을 방문한 특별한 목적이 있는가.
『하와이에서 열린 2차대전 종전 기념행사에 페리국방장관을 수행,참석했으며 美日 안보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키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서울 방문은 페리국방장관의 방한(訪韓)에 앞서 실무협의를 위한 것이다.』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키 위한 첫단계 준비가 진행중이다.지난해 10월 제네바에서 서명된 北-美 합의서가북한의 핵개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가.
『北-美간 합의는 북한의 핵개발을 일단 동결시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북한의 모든 핵시설이 해체될 것이다.北-美 합의를 통해 약속된 핵동결 방식은 핵확산방지조약(NPT)이 규정하고 있 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다.합의서에 제시된 핵동결방안은 북한의 핵투명성을 확보하기에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北-美 합의상으로는 경수로의 핵심부품을 인도하기 이전에 북한의 핵투명성을 보장받도록 돼있다.만일 핵심부품 인도시점까지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대안은 있나.
『만일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은 협상 첫 단계로다시 돌아가 한국과 필요한 조치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다.』 -北-美 합의이후 팀 스피리트훈련이 열리지 않고 있다.경수로 제공 과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팀 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할 것인가.
『팀 스피리트 훈련은 현재 일시 중지된 상태다.북한 핵현안을둘러싼 상황이 악화되는등 팀 스피리트 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면미국은 한국정부와 협의아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최근 페리국방장관이 상원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포괄적 재운용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주한미군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나.
『페리장관은 지난 4일 하와이에서 동아시아 지역에는 현재와 같은 10만명 규모의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도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포린 어패어스誌 기고논문에서 미군의 한국주둔이 美 국익에도 보탬이 된다고 설명했다.그렇다면 현재 미국이 한국정부에 요구하는 주한미군의 주둔비 분담요구는 지나치지 않나.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점에서 韓美 양국은이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미국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매년 3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한국의 비용(약 3억달러)은 일본정부가 주일미군 주둔비용으로 지출하는 수준 에 비하면 적은규모다.』 -미군의 한국주둔이 아시아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의 美 국익과도 연계되어 있다는 지적도 했는데 연계성의 의미는.
『걸프전 당시 석유공급 부족으로 한국도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중동지역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중요하다.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동아시아나 유럽지역에 배치된 미군을 본토 주둔군보다 신속히 파견할 수 있어 美 국익에 보탬이 된다.이점에서 연계된다는 것이다.』 ***東아시아 관계 중요 -그러면 윈-윈(win-win)전략구상에서 중동이 한국보다우선방어지역으로 고려된다는 말인가.
『결코 아니다.윈-윈 전략은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한다는 뜻이다.한반도의 상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주한미군을 다른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깊숙이 간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의회는 어떤 반응인가.
『여야가 모두 지지하는 분위기다.미국과 동아시아지역간에는 안보.무역.문화적 측면에서 밀접한 관계가 맺어져있기 때문이다.특히 하원에는 한국 출신 의원도 있고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다.』 그는 현재의 직책을 마치고 교수로 복직한 뒤 국무부등 정부부서의 제의가 있으면 다시 공직에 나설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전혀 없다』면서『하버드로 돌아가면 케네디 행정대학원에 전념할 생각이며 복직 이후 5년 이상 대학 일에 전념하기 로 학교측과 약속한 바 있다』는 대답으로 인터뷰를끝냈다. 〈金用浩 本社전문기자〉 〈주요경력〉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및 국제문제연구소장,美국가정보위원회 의장 역임.
▲저서:『미국의 세계주도:변화하는 美국력』(90년),『힘과 상호의존』(공저.89년),『핵의 윤리』(86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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