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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나극 6일 서울연극제 축하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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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갑자기 귀에 설은 중국 꽹과리.징.북등이 울리자 서울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꿩 깃털을 꽂은 가면을 이마에 쓰고 얼굴은 검은 천으로 가린화려한 의상의 무희들이 무대에 등장하자 이 희귀한 모습을 담느라 수십대의 카메라 셔터가 일제히 요란하게 눌려졌다.무대에는 약 5 높이의 칼날사다리가 버티고 있어 긴장감이 돌기까지 했다. 칼 사다리 앞에는 제단이 있는데 두동강난 무에 촛대와 향이꽂혔다.제단 앞에는 불교.유교.도교에서 숭배하는 인물들이 그려진 5장의 걸개그림이 걸렸다.
한국연극협회가 6일오후 서울연극제 축하행사의 하나로 초청한 중국 나극(儺劇:귀신을 쫓기 위한 극)의 첫 내한공연에는 비가부슬부슬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4백여 관객들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관객들은 처음보는 나극이 신기한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의외로 우리나라 굿과 유사함이 많은 것에 흥미로운 듯 눈을 떼지 못했다.
1시간30분동안 진행된 나극은 모두 4부로 구성됐는데 막이 시작될 때마다 묘족(苗族)출신의 여인이 고유의상을 입고 나와 극을 설명했다.
1부 군나극(軍儺劇)은 4명의 장수가 가면을 쓰고 칼과 창을들고 전투하는 장면으로 지신(地神)굿을 행했던 한족의 춘절(春節)의식이라고 한다.2부에선 장개산이라는 중국의 지신이 나와 배짱 두둑한 춤을 추는데 마을 사람들의 재앙을 쫓게 해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3부 활태기는 무사복장을 한 나신들이 나와 풍년을 빌고 재해를 없애달라고 주문을 한다.그리고 칼이 달린 외나무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의식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마치 우리나라 작두타는 굿을 연상케 했다.
3천5백년전 중국 오지 구이저우(貴州)省 사람들이 갑자기 서울에 나타나 굿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신비로운 공연이었다.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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