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평화·상쾌함이 근심 떨쳐내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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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의 첫 여름
존 뮤어 지음,
김원중·이영헌 옮김,
사이언스북스,
272쪽, 1만3000원

환경 이야기가 이제 슬슬 지겹다고? 그렇다면 존 뮤어(1838~1914)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마음이 확 바뀌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뮤어는 미국 환경운동의 선구자다. 그리고 실천자다. 이미 1892년(1992년이 아니다!)에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www.sierraclub.org)을 창립했다. 생태 보전운동의 효시다.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요세미티를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보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69년 여름, 30대 청년 뮤어는 양떼를 몰고 시에라 산맥의 목초지를 둘러보는 넉 달간의 여정을 떠났다. 이 책은 대자연과 마주한 그의 체험과 감동을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양떼를 몰아본 적이 없다며 출발을 모습부터 요세미티 곳곳의 절경을 목격하며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느끼는 장면까지, 그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 세밀하다.

“산으로 올라가서 그의 계절을 느껴보아라. 마치 햇살이 나무에 흘러들 듯 자연의 평화가 당신에게 흘러들 것이다. 바람은 당신에게 상쾌함을, 폭풍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며, 그리하여 가을 낙엽 떨어지듯 당신의 근심 걱정도 떨치게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요세미티 지킴이가 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03년 그의 초청으로 요세미티에서 이틀간 야영하며 그 아름다움에 홀딱 빠졌다. 그는 백악관으로 돌아간 뒤 그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했다.

“이 축복받은 산은 아름다움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어떤 시시한 개인적 소망이나 경험도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없다 …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격렬한 무아지경의 기쁨이 달아오른다.”

사냥꾼으로 유명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요세미티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뮤어의 노력과 설득으로 요세미티는 지금까지 원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뮤어는 미국 위스콘신 주의 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 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사고로 눈을 다친 것을 계기로 숲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낡은 짐 보따리 하나만 둘러메고 알래스카에서 호주·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숱한 책으로 옮겼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앨도 레오폴드의 『샌드 카운티 연감』과 더불어 미국 생태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짧은 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진정한 ‘교재’는 교과서나 사회생활이 아니라 산과 나무, 폭포 같은 광활한 자연이다. 이 책이 일깨워주는, 가슴 푸근한 진리다. 돔 샛강, 붉은 전나무, 더글러스 다람쥐 등등 뮤어가 요세미티에서 전하는 경이로운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우리가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그 유산 말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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