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역 1시간 거리에 10년 전 추억이 있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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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유진 객원기자 ,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통기타·MT, 그리고 무궁화호 열차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팔당역은 1939년에 문을 열었다. 2007년 12월까지는 무궁화호 열차가 서던 역이다. 서울에서 가깝지만 멀었다.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팔당역까지 연장되면서 역은 서울에서 부쩍 가까워졌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면 50분~1시간, 청량리역에서는 30~35분, 왕십리역에서는 35~37분 정도 걸린다.

예전의 기억이 있는 이들은 역에 내리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무인매표소를 갖추고 세련되게 단장한 새 역사 때문이다. 역사를 나서면 새로 만든 광장과 4차선 도로가 나온다. 변하지 않은 것들도 물론 있다. 광장 오른쪽의 애견카페 아카클럽(ACA Club)이 그중 하나다.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소 중의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주말이면 애완견을 데리고 와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는 이들이 꽤 많다.

옛 역사는 광장 왼쪽에 있다. 옛 기억을 담고 있는 1㎞ 남짓의 길은 지금 개발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자재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아찔할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초등학교 분교가 있던 자리에는 향토사료관이 들어서는 중이다. 그 옆에 옛 팔당역 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라티니(Il Latini)’가 있다. 예전에는 ‘플로렌스’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와인 한 잔을 앞에 놓고 한강의 야경을 즐기기에 딱 좋다.

여기서 100m쯤 더 가면 4차선 도로는 2차로로 좁아지고 팔당유원지가 있던 자리가 나타난다. 한때 팔당역을 찾는 이들이 북적이던 놀이터였지만 200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폐쇄됐다. 남아 있는 보트 가게와 길게 늘어선 식당들이 들썩이던 유원지의 옛 모습을 말해준다.

옛 팔당역 입구는 철조망을 쳐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역사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다. 옛 모습을 기록해 두려고 주말이면 삼삼오오 카메라를 메고 온다.

두시간이면 충분한 예봉산 산행

왔던 길을 되돌아나가 2차선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예봉산 입구로 들어서는 길이 보인다. 전철이 개통되면서 예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었다. 구멍가게 오른쪽이 예봉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이다. 최근에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과 비포장 샛길 중 어느 곳을 따라가도 예봉산에 오를 수 있다. 어느 길을 따라가든 한적한 시골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팔당역 주변은 30~45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예봉산은 두 시간이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



Tip

■다산 정약용 선생 생가=주변에 다산 정약용의 생가가 있다. 팔당역 앞에서 2228번, 2000-2번 버스를 타면 된다. 가는 길이 호젓하고 운치가 있어 걷기에도 그만이다. 걸어서 25~35분 정도 걸린다. 걷다 보면 중간중간에 예쁘고 아담한 별장들이 보인다. 다산기념관에는 다산의 편지와 그림, 저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사본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뒤쪽으로 난 나무 계단을 오르면 생가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팔당댐=여기까지 와서 팔당댐에 들르지 않으면 서운하다. 2228번, 2000-2번 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걸린다. 걸어서는 한 시간 남짓 거리다. 한강과 기찻길 주변에 카페거리가 형성돼 있어 데이트 코스로 좋다. 팔당댐 수강교 아래는 배 모양의 선상 카페도 있다.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제법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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