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에빛바랜 新黨창당-대회 며칠 앞두고 풀죽은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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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정치국민회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창당대회를 불과 며칠 앞둔 정당 당사의 모습이 아니다.
김대중(金大中)창당준비위원장의 정계복귀와 의원들의 민주당 탈당 직후 빗발치던 비난도 잦아들어 창당대회를 기해 기세를 올리려던 국민회의는 갑자기 몰아닥친 사정(司正)바람에 풀이 죽어버렸다. 김대중위원장은 휴일도 없이 창당 작업을 계속 하기는 한다. 토요일인 2일 오후에도「청년네트워크21」(준비위원장 尹勝容)과 토론회를 갖는등 청년층과 잇따라 모임을 가졌다.이날 오전에는 허인회(許仁會)前고려대총학생회장등 20~30대 청년 4백15명이 국민회의를 지지하는「새정치 청년선언」도 있 었다.
민자당에서부터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을 차단하려는 노력들이다. 일요일인 3일에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새정치와 젊음의 광장」에 참여해 토크쇼도 벌일 예정이다.
지난달말로 지구당 창당대회도 마쳤고 1일에는 로고도 확정하는등 창당 행사 준비도 마무리됐다.창당대회를 알리는 포스터도 제작해 부착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바람몰이는 커녕 이런 행사들이 전혀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사정이라는 한파(寒波)때문이다.분위기 반전(反轉)이 쉽지 않다.
「새정치」를 내세운 창당 작업은 빛이 바래고 있다.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시대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게됐다.
수사 결과나 판결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아무리 해명해도 당장은 그런 의심을 벗기 힘들다.
연일 계속되던 지도부회의는「야당탄압 비상대책」회의로 대체됐다. 그렇다고 창당작업이 방해받고 있지는 않다.이미 영입작업도 상당히 진행돼 창당대회를 기해 1백명정도가 들어올 예정이다.어차피 정치자금을 기대하지 않아 그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이유도 없다고 한다.김봉호(金琫鎬)총무위원장은『오히려 격려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야당탄압에 반발하는 여론이 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내 중진의원이 구속돼 있는 상황이어서 잔치가 돼야 할 창당 행사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의원들의 사기도 꺾였다.의정자료를 준비하던 의원들이 스산한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다.이 바람에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의정활동을 벌여 다른 정당과 차별화하려던 전략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그러니 고의건,아니건 국민회의측 주장대로 검찰 수사가국민회의 창당에 흙탕물을 끼얹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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