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사투리 방송 논란-광주방송 "무등골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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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역특성을 살린 사투리냐,공공성을 위한 표준어냐-.
지역민방시대를 맞아 지역민방이 방송중인 사투리 전용프로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단초를 제공한 프로는 광주방송(KBC)이 5월 개국프로로 방송중인『무등골24시』(월~금 오후10시50분).
광주출신 성우 김봉조가 부실행정.범죄등 지역현안을『주민등록 콱 말소시켜 버려이…』『오메 징한 것』식의 걸쭉한 전남사투리로비판하는 10분짜리 교양시사물이다.
1백% 전남사투리로 진행하는 이 프로는 가시청권 시청자들로부터『시원하다』『이 때문에 TV를 본다』는 반응과 함께 하루 20건 넘게 제보가 들어오는가하면 『주민등록…』같은 말은 전국적유행어로 부상하고 있을 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는 그러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드라마와는달리 「고정진행자는 표준말을 써야한다」고 규정한 방송심의규정(59조2항)을 엄밀한 의미에서 위반하고 있는 셈.
게다가 사투리전용 프로그램이 고질적 병폐인 지역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지역민방시대가 열린 만큼 과거 극심한 문화편중을 야기한 수도권 중심의 방송과 그 규정도 지역특성에 맞춰 합리적으로재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방송계 의견도 만만치 않다.
광주방송측은『지역갈등 소지를 피해 호남지역 현안으로 소재를 국한했고 다른 프로는 모두 표준말 방송인 만큼 지역특성과 향토색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무방하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책임연출자 김영문차장은『부산MBC라디오「자갈치아지매」도 20년간 사투리로 진행했지만 부작용없이 고유한 지방프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방송위 관계자는 『「무등골…」이 10분짜리 소형프로임을 감안해 아직은 지켜보고 있으나 유사프로가 잇따라 제작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제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 언어특위위원 李주행(중앙대 국문과)교수는 『사투리 프로가 지역현안이 아닌 전국적 사안이나 정치인을 풍자할 경우 방송이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사투리논쟁」은 지역민방출범으로 인한 방송환경변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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