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고민] 공천 잡음은 갈수록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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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공천 잡음으로 연일 시끄럽다. 불출마 번복에 옥중출마, 경선탈락자 구제까지 나올 수 있는 얘기는 다 나온다. 결국 당내 심의기구인 클린선거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천정배 클린선거위원장은 19일 긴급 회의를 열고 "원칙을 흔드는 공천은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당 지지도가 급상승한 뒤 불출마 선언을 번복한 송석찬 의원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뒤에도 계속 옥중출마 얘기가 흘러나오던 정만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千위원장은 특히 "정당한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을 다른 지역으로 돌려 공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은 구제될 거라고 '자가발전'을 하고 다니던 일부 경선 탈락자들이 뜨끔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당장 당 지도부에서 다른 얘기가 나왔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해당 지역은 안 돼도 적임자가 없는 다른 지역은 가능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千위원장은 또 "국민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갈아치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를 지키려 노력했던 것을 다 잊었느냐"고도 했다. 지난 15일 정동영 의장이 "경선 당선자 본인이 양보한다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서울 광진을)에 치과의사 출신 여성변호사인 전현희씨를 공천하고 싶다"고 한 데 대한 대답인 셈이다.

급기야 당 지도부가 결정한 공천을 하루 만에 공직후보자 재심위가 뒤집는 일까지 생겼다. 당은 18일 상임중앙위를 열어 충남 당진 선거구 후보로 박기억 변호사를 확정했다. 朴변호사는 지난 12일 실시된 경선에서 80표를 얻어 69표를 얻은 유정숙(여)후보에 앞섰지만 '여성후보에 대해 경선득표수의 20%를 가산한다'는 당규를 적용할 경우 당락이 바뀐다는 점에서 당선자 확정이 유보됐었다. 柳후보는 구속 중인 송영진 의원의 부인이다. 이에 대해 김성호 재심위원장은 19일 "宋의원의 부인이라는 사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柳후보의 당선을 발표했다. 향후 결과에 관계없이 지도부로선 단단히 체면을 구기게 됐다. 金위원장은 전남 순천 경선에서 당선된 서갑원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해서도 "선거인단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명서를 내도록 했다.

이 와중에 지역구 경선 탈락자들과 비례대표 희망자들의 로비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당내 한 핵심인사는 "일부 탈락자는 지도부가 도저히 거절하기 힘든 당내 원로그룹까지 동원해 청탁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거의 날마다 비례대표 희망자들이 자기소개서 등을 정동영 의장에게 보낸다"며 난감해 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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