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일본금융>上.은행.최대신용조합등 파산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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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도쿄의 코스모신용금고,神話)가 무참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국민총생산의 10%에 해당하는 약40조엔에 이르는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이것이 바로 금융기관을 줄줄이 쓰러뜨리고 있는 일본경제의 암(癌)세포다.공식적으로는 40조엔이지만 실제는 1백조가 넘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우선 증세가 심각한 신용금고.지방은행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도쿄의 코스모신용금고,오사카의 기즈(木津)신용조합,효고(兵庫)은행의 도산처리는 준비된 작은 「수술」의 시작일 뿐이다.
일본금융기관들이 암에 걸리게 된 것은 꼭 10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지난 85년9월22일 뉴욕플라자합의로 일본은 급속한 엔고와 함께 저금리시대에 돌입했다.이에따라 주가(株價)와 땅값이 뛰기 시작했다.유가증권과 부동산이 신나는 장 사거리가 됐음은 물론이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일본기업들 전체가 여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어갔다.거품이 넘치자 불안해진 정부는 금융긴축을 실시했다.
예상대로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다.대신 거품의 붕괴는 돈을 벌었다 싶었던 주식.부동산가격을 폭락시켰다.이를 담보로 돈장사를했던 금융기관엔 채권들이 고스란히 부실화되고 말았다.
거품이 이렇게까지 부풀어 올랐으리라고는 미처 생각못했다.거품붕괴와 불경기는 함께 찾아왔다.기업은 은행돈을 빌려 쓰지 않았고 은행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부실대출만이 눈처럼 불어났다.
거품붕괴가 시작된지 5년후인 올해 일본경제는 전후 최악의 超엔고가 겹쳐 주가와 땅값은 더이상 회복력을 기대할 수 없게 돼버렸다. 80년대후반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은 은행의 경영파탄처리에 지금까지 총1천8백억달러(약 18조엔)의 국민세금을 털어넣어 수습했다.그래도 타이밍이 좋았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에 비하면 퍽 다행인 셈이었다.
이미 부실정리의 기회를 놓친 일본정부는 차제에 금융구조를 바꿔놓겠다는 자세다.대은행(도시은행.지방은행)들은 합병을 통해 경영기반을 추스르고,도산우려가 있는 중소금융기관(제2지방은행.
신용금고.신용조합등)들은 아예 청산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27년 한달새 36개 금융기관을 휴업으로 몰아넣은 이른바 쇼와(昭和)금융불황같은 위기가 재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그때는 엔貨값이 폭락했다.
지난달 31일 엔화가 한때 달러당 99.15엔까지 내려가자 엔 약세에 대한 기쁨보다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는 일본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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