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국내景氣 내리막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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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경제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경기의 정점은 언제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경기선행지수가 2년반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는등 각종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든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생산 증가율은 여전히10% 웃돌고 있어 경기에 대한 진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지표의 의미를 짚어보고 산업현장점검을 통해 우리 경제의 현상황을 집중 조명해 본다.
경기 상승세가 주춤하는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
물론 아직 경기가 연(軟)착륙(soft-landing)이냐 아니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이미 정점을 통과,하강하기 시작했느냐를 진단하기는 어렵다.많은 전문가들은 軟착륙 쪽에 점수를 더 주고 있다.
그러나 정도 차이야 있지만 최근 나오는 각종 경제지표들은 이제 2년이상을 끌어온 경기 호황세가 서서히 가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오는 10월이나 11월께 현재의 경기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늦어도 연말께 정점에 도달한 뒤 내년부터 완만한 하강 국면으로 진입,97년에 경기가 바닥을 치리란 전망이다.이번 경기의 정점을 빠르면 연말,늦 으면 내년 상반기로 보았던 종전의 입장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이같은 진단은 3~6개월 뒤의 경기를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증가율이 지난 5월 정점을 이룬 뒤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현재의 경기를 알려주는 동행(同行)지수에 추세 변동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도 올들어 증가(+)와 감소(-) 를 반복하다가6월부터 두달째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7월중 산업생산 증가율 14.9%는 얼핏보면 매우 높은 수치다.그러나 비교 시점인 지난해 7월 현대그룹 계열사와 자동차 회사들이 노사분규를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 4% 정도를 까먹는다.흔히 경기 활황의 끝은 건설 경기와 내수 과열로 걷잡기 어려운 국면이 연출됐었다.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와 가전제품등 내구성 소비재를 중심으로 내수의 둔화세는6월부터 두달째 두드러졌다.일시적이냐,구조적인 것이냐의 논란이있지만 건설경기 또한 7월 들어 건축허가면적이 크게 감소했다.
건축허가면적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거의 없는 서울에서는 늘어난 반면 지방에서 크게 줄어들어 미분양 주택이 많고 부진한 업계의 사정이 반영됐다는 건설업계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화 가치의 약세 반전등 그동안 우리 경기를떠받쳤던 수출증가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등장했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 소득이 감소돼 자칫 「高물가 低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그러나다행스럽게도 현재 물가가 이례적으로 안정돼 있다.
물론 국내 경기가 연말안에 정점을 이룬 뒤 하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현재로선 금방 성장률이 4~5%대로 떨어지지는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재정경제원은 물론 대부분의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올 하반기에 8%대 중반,내년에도 7~8% 선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에는 경기에 영향을 덜 주는 「경기 중립적」으로,경기가 더욱 나빠질 97년에 「다소 팽창적」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조에 비춰볼 때 30일부터 당정 협의에 들어간 내년도 예산안은 선거를 의식한 때문인지 팽창적인 요소가 많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경제 정책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려면 몇달 정도의 시차가 필요하다.따라서 정부의 정확한 경기 진단이 중요하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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