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이윤기,인간본질 화두로 90년대"새삶"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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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50이 되는 작가 송기원(宋基元)씨와 이윤기(李潤基)씨가 긴 공백을 마치 보상받으려는듯 근년들어 왕성하게 소설을 발표하고있다.
宋씨는 74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소설과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李씨는 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다.등단후 두 사람은 80년대 초까지는 띄엄띄엄 소설을 썼으나그후로는 소설창작에 관한한 절필상태였다.
宋씨는 간혹 시를 쓰거나 출판운동 일로 감옥에 가거나,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과 술마시는데 열중했다.
어쨌든 그는 그 때 급진적 문예지인 『실천문학』의 주간으로 민주화운동을 벌였고 두권의 시집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와 『마음속 붉은 꽂잎』을 펴냈다.
같은 시기 李씨는 번역문학가로 활동했다.80년대 그는 1백권이상을 번역했다.특히 86년 번역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일본보다 앞서 나와 번역가로서의 그의 이름을 내외에 떨쳤다.두사람의 소설계 복귀는 그들의 재능을 잘 알고있는 문단은 물론 소설애호가들도 즐겁게한다.
宋씨는 『창작과 비평』 올 가을호에 중편 『인도로 간 예수』를,李씨는 『문예중앙』 올 가을호에 장편 『사랑의 종자』를 발표했다.두 사람은 현재 계간 『문학동네』에 장편 『여자에 관한명상』(宋)과 『햇빛과 달빛』(李)을 각각 연재 중이다.
격랑의 시대 80년대를 보내고 인간과 역사에 대한 낙관이나 비관이 종잡을 수 없는 90년대 중반,그들이 나이 50이 다돼소설을 다시 쓰게된 동인(動因)이 「사랑」 혹은 「인간의 본질찾기」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소설재개 방식도 어딘지 유사해 흥미롭다. 宋씨는 93년 단편 『아름다운 얼굴』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소설을 쓰기로 작심했다』고 밝혔다.『처자식』이후 9년만이었다.쓰여질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가 이제껏 만난 모든 아름다운 얼굴들이라고 했다.그는 『아름다운 얼굴』에서 시골 장 터의 악동,자기혐오에 빠진 사생아의 사춘기,개차반 인생을 벗어나기 위한 문학 청년,그리고 민주화운동.출판운동꾼등 자신의 삶을담담하게 고백했다.그해 동인문학상을 받은 『아름다운 얼굴』은 말하자면 소설재개를 위한 서론이었다.
곧 각론에 들어간 그는 94년 지독한 자기혐오증에 시달렸던 사춘기 시절을 아름답게 돌아본 첫 장편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를 펴냈다.연재 중인『여자에 관한 명상』은 그의 문학청년시절 이야기다.신작 『인도로 간 예수』는 자기부 정에 빠진 중년이 구도(求道)를 통해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李씨는 94년 세권짜리 자서전적 장편 『하늘의 門』으로 다시창작으로 돌아왔다.어린 시절 종교와의 만남과 번민,남다른 연애와 결혼,공수부대와 베트남전 참전 경험,신학과 신화에 대한 공부등을 풀어 놓으며 그는 한 인간의 우주적(宇宙 的)의미에 대해 생각케했다.
『하늘의 門』은 그가 쓸 소설의 개론서로 읽혔다.
이후 발표한 중편 『나비 넥타이』는 한 개인에게 숨겨진 굴레를 알고 이해하지 못하면 설사 친한 사이일지라도 우리는 그사람에게 가해자가 될 뿐이라는 것을 아프게 일깨워준다.신작 『사랑의 종자』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SF작가가 고향과 옛 애인을 찾는 이야기다.그는 시공을 확장하는 것은 서구의SF지만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있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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