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로 돌아간 일본의 레이싱 모델…벗기면 팬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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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본 오카야마(岡山) 국제 서킷에서 열린 수퍼GT2전에 다녀왔습니다. 세계 7위 타이어 메이커인 한국타이어의 ‘HANKOOK PORSCHE팀’ 후원으로 수퍼GT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GT500보다 한 등급 아래인 GT300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GT300에는 금호타이어 팀도 참가합니다. 여기서도 라이벌 관계지요. 지난달 1전인 스즈카 경기에 이어 꼭 한 달만이지요. 여성 팬들이 많기로 유명한 기노시타 드라이버와 안정적인 레이싱으로 절대 실수가 없는 가케야마 선수를 만나 인터뷰 한 것도 한 걸음 모터 스포츠에 진일보하는 기회였지요. 또 레이싱과 타이어의 상관 관계라는 수학(?)도 공부했지요. 아울러 걸친 것보다 드러낸 곳이 더 많은 레이싱 모델과 진한 사진도 찍고 90년대로 돌아간 복고풍 레이싱 모델들의 옷차림도 눈여겨 봤습니다. 복고풍이라는 게 엄청 벗었다는 게 동행한 일본 기자의 해설입니다.

오카야마는 도쿄에서 약 750㎞ 정도 떨어져 있지요. 신칸센으로 약 세 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부근에는 미술관과 아름다운 거리로 유명한 쿠라시키(蒼數)라는 관광지가 유명합니다. 일본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만한 곳입니다. 독자분들께 강추!!!

경주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올해 수퍼GT는 ‘돌아온 장고 닛산 GT-R을 위한 잔치냐’ 라는 혹평이 나올 정도로 1차전에 이어 2연승을 했습니다. 수퍼 GT는 각종 룰이 많은 데 직선구간에서 GT-R이 규정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낸다고 합니다. 이걸 다른 팀들이 문제를 삼을 수 있는데 흥행을 위해 아직까진 참고 있다고 하더군요. 일본다운 발상이라고 할까요. 일본은 기자들뿐 아니라 대학교수도 애국심이라는 명제 앞에선 모든 것을 못본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 방식은 300㎞를 가장 빨리 달리는 차가 우승입니다. 제 3전은 다음달 4일 도요타가 운영하는 후지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열립니다.이곳에서도 현장 중계를 해볼까 합니다.

타이어는 100m 단거리 선수 특수 운동화?

한국타이어 기술팀 박한준 차장

레이싱 준비를 위해 일본에 온 한국타이어 기술연구소 박한준 차장과 인터뷰를 통해 타이어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퍼GT 후원을 위해 매년 10억원 이상 투자를 한다고 알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은 무엇인가?

“우선 다양한 소재(컴파운드)를 신속하게 테스트 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수퍼GT는 신개발 타이어의 실전 테스트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투입한 소재의 혼합비에 따른 성능을 불과 한 달 안에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향후 일반 타이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3년후 나올 타이어에 대한 선행 실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최상의 타이어 기술뿐만 아니라 경기 운영 및 개발된 타이어를 양산할 수 있는 능력도 배양시킬 수 있다.

레이싱 타이어는 1년치를 미리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 않는다. 매번 특징이 다른 서킷에 맞게 경기 2,3주일 전에 개발한다. 이런 타이어를 바로 생산해 최단시간(2~3일 내)에 경기장으로 공급하는 물류 체계에 대한 검증을 해보는 기회다. 이런 측면에서도 일본 슈퍼 GT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타이어는 레이싱 타이어 개발능력, 양산능력, 물류능력들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쌓고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4년째다. 10년 정도 투자를 하면 세계 톱 수준의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는 검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뮬러1 등 레이싱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다. 일본 수퍼 GT는 어떤 점이 장점인가.

“일본은 자동차 및 관련 산업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차량ㆍ타이어ㆍ스폰서 등의 구분이 명확하고 체계적이다. 모터 스포츠 경기를 준비하고 진행함에 있어서도 서로 역할 분담이 확실할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다. 아중동 딜러들을 초청해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마케팅 툴로도 활용한다. 한 달 이상 걸리는 미국이나 유럽(특히 독일)보다 물류에서도 효과적이다.

-레이싱 타이어 개발 기술이 일반 타이어 개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레이싱 타이어와 일반타이어는 내구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단기간(보통 서킷 레이싱의 경우 약 150km 주행 후 교환) 동안 사용하는 레이싱 타이어와 2~3년 동안 꾸준히 사용하는 일반 타이어가 다른 것은 분명하다. 내구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고속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타이어 개발에는 큰 도움이 된다. 레이싱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초고성능(UHP) 타이어 개발 등에 적극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프라임’은 지난 3월에 독일 최고의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스포트(Auto Motor und Sport)’ UHP 타이어 테스트에서 8개 메이커 중 1위를 했다. ‘벤투스 V12 evo’도 독일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빌트(AutoBild)’지 UHP 타이어 테스트에서 15개 메이커 중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레이싱 경험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타이어의 레이싱 기술력은 어떤 수준인가.

“레이싱 타이어는 세계 유수의 업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물론 100년 가까운 역사 속에 수많은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 선진 업체(미셰린ㆍ브리지스톤 등)와 미묘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큰 차이점은 느낄 수 없다는 게 전문 드라이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한국타이어는 비가 내릴 때 사용하는 웨트(Wet) 타이어 성능에선 최고 수준이다. 이런 기술력으로 2년 연속 포디엄(3위 이내 입상)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 처음 참가한 독일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4위의 우수한 성적을 냈다.”

다음 편에서는 레이싱 모델들의 현란한 옷차림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드라이버 인터뷰입니다.

☞레이싱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 차이점
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단기간 동안(보통 서킷 레이싱의 경우 약 150km 주행 후 타이어 교환함) 사용되는 레이싱 타이어는 수만 km를 사용하는 일반 타이어에 비해 마모가 극도로 빠르다. 대신 일반 타이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접지력이 특징이다. 또 300km를 넘나드는 차량 속도에서의 브레이킹ㆍ코너링ㆍ트랙션 시 타이어에 가해지는 극심한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일반 타이어보다 견고한 내부 구조를 갖고 있다.

오카야마(일본)〓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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